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당국이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살해된 사실을 20일(현지시간)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됐으며,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자국인 18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 당일 총영사관 안에서 카슈끄지가 만난 용의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주먹다짐으로 이어졌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검찰은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국내외 매체에 사우디 정권과 왕실을 비판하는 글을 기고해왔던 카슈끄지는 결혼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지난 2일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행방불명됐다. 이후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개입한 암살설이 제기되면서 서방 등 각국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왕실 보좌관과 정보기관 고위 관료 등 측근 2명을 경질했다. 알사우드 국왕은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고문인 사우드 알-카흐타니와 정보기관 부국장인 아흐메드 알-아시리 장군을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이번 사건은 터키 경찰이 카슈끄지가 끔찍하게 살해됐으며 사우디 정부 고위 인사와 빈살만 왕세자의 측근 등이 암살팀에 포함됐다는 조사 내용을 밝히면서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사우디 정부는 카슈끄지 암살 배후설에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부인해왔다.
사건과 관련해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주장해온 미국 공화당의 강경파 의원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은 트위터를 통해 이번 발표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표현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자국 총영사관에서 피살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데 대해 “좋은 첫 조치”라고 평가했다. 추후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균형추로서 우리는 사우디가 필요하다”며 여전히 신뢰를 보냈다. 그는 향후 대응은 의회와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무기판매 취소보다는 다른 방식의 제재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기 취소는 미국인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박동휘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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