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비리를 엄단한다고 학부모들의 불안이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유치원생 4명 중 3명은 사립유치원에 다닌다. 사립유치원이 정부 지원금을 쌈짓돈처럼 써도 학부모들이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만약 정부가 비리에 대한 강력 제재에 돌입하고 유치원들이 이에 반발해 문을 닫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원아와 학부모들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유치원 온라인 입학관리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불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해결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공립유치원을 대폭 늘리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국공립유치원 이용 아동 비율을 올 25%에서 2022년까지 40%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에서 학교의 남는 교실을 이용하는 병설이 아닌 단독(단설)유치원 하나를 새로 만드는 데 수십억원이 넘는 예산을 필요로 한다. 전체로 확대한다면 수천억원, 심지어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학부모를 볼모로 잡는 영유아 교육구조를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국공립유치원을 늘리는 한편 다른 대안도 모색해야 한다.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직장 내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을 많은 기업이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외치면서 정작 우리 자녀들은 제대로 돌보지 않는 보육정책의 역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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