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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에너지공기업 적자 이대로 방치해 둘 건가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세계적 우량기업인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올해 동시 적자전환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전의 발전 자회사의 순이익도 지난해 대비 20%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 문제가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정부가 전기료 인상 없는 탈원전정책을 시행하면서 진작부터 예고된 일이다. 비용이 덜 드는 원전 가동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비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니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한전은 정부가 탈원전정책을 본격화한 지난해 4·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더니 올 상반기에는 순손실이 1조원을 넘었다. 정부의 장기추계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비율은 올해 101%에서 2022년 136%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부채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는데도 한전이 에너지 전문 공대인 ‘한전공대’를 설립하겠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학 설립에는 7,000억원 정도 드는 모양이다. 2022년 개교 때까지 한 해 평균 2,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는 의미다.

한수원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하다. 올해 순손실이 1조원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한전 분리 이후 사상 최악이다.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가 결정적인데 앞으로 허가받은 원전 프로젝트의 폐쇄로 인한 직간접적 보상비용 지출을 고려하면 재무구조가 얼마나 더 나빠질지 모를 일이다. 한수원은 급기야 보유 부동산까지 매각해야 할 처지다.



에너지 공기업의 손실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부는 앞으로 13년 동안 원전 비중을 6%포인트 줄일 방침인데도 현 정부 임기 내에는 전기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천연가스와 유연탄 가격이 하락하면 모를까 이게 불가능한 일임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그 사이 에너지 공기업은 골병만 깊어져 언젠가는 곪아 터질 것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에 기댄 천수답 발전 시스템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탈원전의 속도 조절 외에는 해답이 없다. 국제 유가가 불안한 지금이 그런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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