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공범이) 아닙니다.”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수(29)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김씨는 22일 오전 11시께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며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범행은 인정했지만 동생의 공범 의혹은 부인했다.
이날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 정문에 모습을 드러낸 김씨는 포승줄에 묶인 채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애초 김씨는 ‘범행을 왜 저질렀는지’, ‘왜 그렇게까지 잔혹하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묻는 취재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동생이 공범이라는 의혹이 있다’는 질문에는 곧장 “아닙니다”라고 답해 동생의 공범 의혹은 적극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김씨는 ‘심신미약’ 감경 논란을 일으킨 우울증 진단서는 “가족이 냈다”고 답했으며 ‘우울증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김씨는 이날 답변 중 가장 큰 목소리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답해 반성의 뜻을 전했다.
이날 김씨의 신상 공개는 서울 강서경찰서의 ‘신상공개 심의위원회’ 논의 결과 결정됐다. 21일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신상공개를 논의하기 위한 요건에 합치해 심의위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는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김씨는 지난 14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을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년간 우울증의 일종인 정신병을 앓으며 약을 복용한 진단서를 제출했다. 김씨는 22일 오전부터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소호로 이송돼 길게는 1개월 동안 정신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현재 여론은 김씨의 신상공개와 강력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가 감형을 바라는 듯한 진술을 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심신미약을 이유로 강력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감형되는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된다는 청원글은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85만 7,000여명이 동의해 역대 최다 기록을 넘어섰다.
한편 지난 19일부터 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서구 PC방 앞은 조의를 표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일주일째인 21일 오후에도 PC방 앞 테이블은 시민들이 놓고 간 꽃다발과 쪽지로 빈틈없이 채워졌다. 시민들이 남기고 간 포스트잇에는 ‘가해자가 꼭 처벌받길 바라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힘들게 살다가 억울하게 돌아간 만큼 다음에 우리가 다시 서로 만난다면 우리가 살던 세상이 이렇다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잘 가꿔놓겠습니다’ 등 피해자를 추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현장 폐쇄회로(CC)TV 에 김씨 동생이 아르바이트생의 팔을 붙잡아 살해를 도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동생을 공범으로 입건하지 않은 경찰의 대응을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CCTV 화면과 목격자 진술, 피의자 진술을 종합할 때 동생이 범행을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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