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들이 국내 임금노동자보다 연평균 693시간 더 일하는 등 장시간 중노동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 노·사와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2일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배원 노동조건 실태를 발표하고, 7대 정책 분야 38개 핵심 추진과제를 권고했다.
추진단은 작년 기준 집배원의 연간 노동시간은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2016년 기준 2,052시간)보다 693시간, OECD 회원국 평균(2016년 1,763시간)보다 982시간 긴 2,745시간이라 말했다. 배달물량이 집중되는 설과 추석에는 주당 노동시간이 68.0∼69.8시간에 달했다. 우체국(총괄국)별로 봤을 때 연간 노동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 곳도 13곳(1,388명)이나 됐다. 인원 기준으로 보면 조사대상 집배원 인원의 8.4%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획추진단은 “지난 5년(2013∼2017년) 848명이 증원됐으나 1인 가구와 등기, 소포 물량 증가로 장시간 노동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10년 동안(2008∼2017년) 총 166명의 집배원이 사망했다. 사망자료 분석과 건강역학조사 및 직무 스트레스 조사 결과 집배원들은 장시간노동과 관련성이 높은 심혈관계질환, 사고, 호흡기질환, 소화기질환 위험이 특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의 직무 스트레스 수준은 소방공무원, 임상간호사, 공군조종사, 원전종사자 등보다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추진단은 지난 1년 동안 논의를 거쳐 7대 정책권고안을 발표했다. 우선 주 52시간 이하 근무를 위해 집배원 정규직을 2,000명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내년에 정규직 1,000명을 증원하고, 이후 추가 재정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기획추진단은 내년 1,000명 증원 시 417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정부에 예산 추가 반영을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노광표 단장은 “주 52시간 근무에 필요한 최소 인력은 2,800명으로 산정됐으나 일하는 방식, 집배 물류 시스템 및 등기제도 개선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고려해 총 2,000명으로 제한했다”며 “현 정부의 정규직화 방침과 집배 노동의 공공성을 고려했을 때 민간 위탁을 통한 인력 충원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력 충원은 임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과 연동돼 있다는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며 “집배 노동자가 수행하는 공공 서비스의 혜택을 전 국민이 받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기획추진단은 정책 추진과제로 △토요근무 폐지를 위한 사회적 협약 노력 △안전보건관리시스템 구축 △집배부하량시스템 개선 △불합리한 평가제 개선 등 조직문화 혁신 △팀·개인별 우편물 구분 및 구분자동화 설비 확충 △재정확보를 꼽았다.
노 단장은 “토요택배 금지는 국민적 편의를 고려하면 쉽지 않다”며 “우선 집배원 노동권과 사회적 편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 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획추진단은 또한 재정확보를 위해 우편산업 손실을 우체국 금융사업 이익금에서 우선 충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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