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가 중앙·지방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 등에서의 친인척 특혜채용에 대해 전수조사를 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2일 “공공기관 친인척 특혜채용 관련, 전수조사를 할 경우 어떤 방식으로 해야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며 “가족관계를 확인하려면 개인정보보호 문제가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단 (한전KPS나 국토정보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의혹이 제기된 기관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면서 “다만, 서울교통공사 사례를 보더라도 당사자들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친인척 대거 채용과 관련,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 사례를 실태 조사하느냐’라는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의 질의에 “검토를 해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외에도, 윤태식 기재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에서 “기재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히 생각하고 있다”면서 “김동연 부총리가 공공기관 친인척 채용비리와 관련해 대응방안 검토를 내부적으로 지시해, 관련 실·국에서 관계부처와 대응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게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이같이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다만 친인척 여부는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돼 조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구체적 조사방법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종합적인 내부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지방공공기관을 관할하는 행정안전부도 지방공공기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단 감사원의 서울교통공사에 대한 감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되, 중앙 공공기관에 대해 전수조사가 진행된다면 필요한 경우 지방 공공기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중앙공공기관의 조사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결정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3월 1일 자로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서울교통공사 직원 1,285명 중 8.4%에 해당하는 108명이 기존 직원의 친인척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고용세습’ 문제는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국토정보공사에서도 채용 비리가 있다며 해당 문제를 규탄했다. 민경욱 의원은 “인천공항공사 협력업체 중 16개에서 고용세습 의혹이 불거졌고, 29명이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며 “인천공항공사는 9,78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고 정규직화 선언 이후 협력업체에 입사한 비정규직만 1,000명 가까이 되는 점을 고려하면 전수조사를 했을 경우 비리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비정규직 19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알고 보니 정규직 직원의 자녀 15명, 형제 3명, 배우자 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고 하면서 정부의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외에도 한국가스공사나 한전KPS 등에서도 정규직 전환자 중 기존 임직원의 친인척이 포함된 사실이 밝혀졌다. 정유섭 한국당 의원이 한국가스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 8월 비정규직 1,245명 중 1,203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확정됐는데, 그 중 2.1%에 해당하는 25명이 기존 임직원의 부모, 동생, 누나, 배우자, 자녀, 처남, 외삼촌, 이모부 등 4촌 이내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장석춘·박맹우 한국당 의원이 한전KPS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KPS는 2014~2018년 재직자의 친인척 40명을 채용했고 이 가운데 11명은 기간제로 입사했다가 올해 4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는데, 이는 올해 한전KPS가 정규직으로 전환한 240명의 4.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1명 모두 재직자의 자녀이며, 심지어 고위급에 해당하는 1직급(을) 직원의 자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오는 23일 감사원에 서울교통공사의 친인척 채용 특혜 의혹과 관련해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 답변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서울교통공사와 관련해서는 서울시가 감사를 청구하면 규정에 따라 실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대답했다. 반면, 공기업 전수조사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에서 전수조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재부가 하는 것을 보고 감사가 필요하면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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