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을 털면 그놈의 윤곽을 알 수도 있어. 쉽게 가자.”
범죄자들이 숨긴 돈을 찾는 데 전문인 ‘플레이어’ 팀의 강하리(송승헌 분)는 격렬한 추격전 끝에 사채업자 백선을 잡아 구속시킨다. 이후 강하리는 백선에게 정보를 캐내기 위해 검사로 가장해 ‘옥중 조사’에 나선다. 하지만 그는 감방에서 목을 매달아 죽은 백선과 마주한다.
OCN 드라마 ‘플레이어’의 한 장면이다. 최근 전직 대통령 수사에서 간간이 등장한 옥중 조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하는 모습이다. 드라마에서 강하리는 교도관의 안내를 받아 백선이 수감된 감방까지 들어간다. 다만 이는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구치소와 교도소에 피의자 조사를 간 검사나 경찰이 수감자의 방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조사는 수사나 기타 공무상 접견을 위해 마련된 별도의 방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는 접견실, 변호인과 만나는 접견실과는 또 다른 공간이다.
사실 검사가 피의자 조사를 위해 교정기관을 찾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우다. 통상 검사가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조사할 때는 피의자의 동의를 거쳐 검찰청 구치감으로 호송한 후 검사실에서 조사한다. 이와 달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옥중 조사를 시도한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 예우 등 소환조사의 어려움을 감안한 선택이었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이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수사 선상에 오르면 옥중 조사가 이뤄지기도 한다. 경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변호사 시절 사건 불법 수임 혐의를 수사하면서 3차례 방문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물론 이 같은 옥중 조사에 응할지는 전적으로 피의자가 결정한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조사를 위해 구치소를 3차례 방문했으나 조사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3월 구속 후 5차례에 걸쳐 이뤄진 옥중 조사에는 응했으나 이후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 수사로 옥중 조사를 시도했을 때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전범 기업 상대 민사소송과 관련한 재판 개입 의혹에 대한 검찰의 구치소 방문 조사를 거부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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