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참사가 수요부진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KDI의 보고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다. 식당이나 카페에 있던 그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은 요즘 어디로 갔는지 자취를 감췄다. 자본력에서 남부러울 게 없는 대형마트조차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직원을 줄이고 있다. 갈수록 상황이 나빠지면서 대학가나 인력시장은 청년들과 일용직 구직자들로 넘쳐난다. 최저임금이 2년 새 29%나 급등하고 근로시간까지 줄였으니 당연한 결과다.
일각에서는 인구구조나 날씨 탓을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통계청 인구 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그 폭이 7,000명에 불과하고 올해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5만명이 채 안 될 것으로 예상된다. 30만명에 달하던 신규 취업자 수가 지난달 4만5,000명선까지 곤두박질친 것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정부의 과속 노동정책으로 인한 기업들의 고용회피를 빼놓고 작금의 일자리 쇼크를 말할 수 없는 이유다.
해법은 KDI의 제언에 이미 다 나와 있다. 노동수요를 진작하고 혁신산업과 고부가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부여해 구직자나 실업자들이 원활히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정부가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현실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다. 정부 여당이 변명과 고집을 버리고 정책 궤도수정에 나선다면 고용위기는 극복하지 못할 난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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