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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용세습 통로 된 '정규직전환' 정부는 왜 침묵하나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서울교통공사 외에 다른 공공기관도 정규직 전환과정에서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KPS는 240명의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11명이 재직자 자녀였다. 인천공항공사는 협력업체 6곳에서 14명의 직원 가족 채용이 확인됐고 노조 간부가 정규직 전환 심사에 참여한 사례도 있었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이렇다는 것이고 전체 공공기관에서 얼마나 많은 고용세습이 이뤄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은 22일 공공기관에 고용세습 비리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물론 임직원 친인척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해서 무조건 채용비리로 몰아붙일 수는 없다. 해당 공공기관도 적법하다고 주장하지만 사내 직위를 악용했다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있고 재직자 가족의 전환 비율이 높은 것은 우연의 일치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앞으로는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하고 뒤로는 제 식구부터 챙겼다면 취업 준비생들을 우롱하는 반사회적 범죄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뒤 일부 사안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렇다면 고구마 줄기 캐듯 쏟아지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은 채용비리와 같은 잣대로 진위를 명명백백하게 가려 엄격하게 규율해야 한다.



서울교통공사의 문제는 서울시가 감사원 감사를 의뢰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338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관리· 감독을 맡은 정부가 나서 실상을 낱낱이 파악해야 한다. 채용비리가 재발하면 기관장 해임까지 하겠다고 한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고용세습 의혹에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감사원이 규명 책임을 미루며 핑퐁게임을 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기재부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즉각 전수조사에 돌입하고 비리 의혹이 짙다면 수사를 의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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