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한 한미 간 엇갈린 관점(divergence)이 70년간 이어온 한미동맹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 간극을 우려하는 외신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FT는 이날 “북한 비핵화를 놓고 다음 단계로 어떻게 나아갈지 한국·미국·북한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곧 한미동맹에 균열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FT는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승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응수한 것을 두고 “이는 한국의 대미 의존을 상기시키는, 기분 나쁘지만 뼈아픈 기억인 동시에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를 놓고 70년 동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 유익한 통지가 됐다”고 풀이했다.
FT는 특히 대북 문제를 놓고 한미 간 갈등이 표면화된 사례로 올 8월 유엔군사령부가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에 제동을 건 사실을 꼽았다. 최근 미 재무부가 대북 경협 재개 움직임을 놓고 한국의 은행들에 선제적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도 양국 엇박자의 대표적인 예로 지적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을 두고 미국과 한국 두 나라의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에 이견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포용적 접근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시기상조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만 고집한다면 협상이 진전되기가 어렵다”며 “미 정부가 좀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