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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권력에 진실로 맞서다 피살된 언론인 카슈끄지

FT “실세 왕세자 등장후 사우디 진로에 의구심 표명해 왕실엔 골칫거리”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실세 왕세자를 비판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지난 2015년 2월 바레인 마나마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가인 카슈끄지가 터키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에서 실종된 사건을 조사한 터키 정부는 카슈끄지가 사우디 왕실의 지시에 따라 계획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결론내린 것으로 9일(현지시간) 전해졌다. /AP연합뉴스




사우디 당국이 결국 자국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사망을 공식 인정하자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 그의 부고 기사를 냈다.

자말 카슈끄지는 사우디의 유력 언론인이다. 그는 중동의 왕실에 반대하는 인사들을 두둔하고, 무슬림형제단을 옹호하고, 사우디 출신의 국제적 부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와도 연계되는 등 현 사우디 지도부에 반하는 행적을 보여왔다. 명문가 출신으로 미국에서 수학한 후 조국과 중동지역에서 언론인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조국의 전통적 권위주의에 진실을 수호하는 자유주의적 언론관으로 맞서다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내 많은 젊은이와 언론인들에 ‘멘토’와 같은 인물이었다. 1958년생으로 성지인 메디나에서 성장한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 수학한 후 귀국해 1990년대 말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1차 걸프전 취재로 명성을 얻은 그는 영자지인 일간 아랍뉴스의 부편집자가 됐다.

카슈끄지는 지난 수십 년간 중동 언론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기도 했다. 사우디 왕실과 서방외교관들과 폭넓게 어울렸던 그는 언론과 왕실을 넘나드는 다리 역할도 도맡았다. 그러나 카슈끄지는 권력층과 끝없이 갈등했고 그의 행보에는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

사우디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사우디 왕실이나 그 측근들에 의해 통제돼왔다. 사우디 공보부의 승인을 얻어야 편집간부들을 임명할 수 있는 정도였다. 2003년 카슈끄지는 당시 막강한 영향력의 종교경찰을 비판한 기사를 이유로 일간 알-와탄의 편집국장에 임명된 지 두 달도 안돼 해임됐다.

이후 그는 영국과 미국 대사를 지낸 투르키 알-파이살 왕자의 보좌관으로 지냈다. 2007년 다시 알-와탄에 복귀했지만, 3년 후에는 사우디의 국교 격인 수니파 살라피즘을 비판하는 논평기사로 해임 압력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어 국제적 부호인 알 왈리드 빈 탈랄 왕자에 의해 TV 뉴스채널의 경영자로 발탁됐으나 바레인 야당인사를 출연시키면서 개국 첫날 채널이 폐쇄되기도 했다.



2011년 아랍권에 ‘아랍의 봄’으로 알려진 민중봉기가 발생하자 카슈끄지는 무슬림형제단과 같은 이슬람 그룹에 동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비판을 받았다. 이후 사우디 정부가 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면서 카슈끄지의 조직과의 연계설은 점점 큰 문제가 됐다.

2016년 11월에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비판했다 당시 트럼프 당선자와 관계개선을 모색 중이던 사우디 지도부로부터 기사와 트윗 등 언론 활동을 금지당했고 2017년 8월 범아랍 일간지 알-하이야트에 주간 칼럼을 게재하도록 허용됐으나 일련의 트윗을 통해 무슬림형제단을 두둔하면서 역시 해임당했다.

이어 미국으로 활동 거처를 옮기면서 국내 친정부 언론인들로부터 배신자로 매도당한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서는 사우디의 개혁노력과 외교정책을 언급하면서 구금 중인 활동가들을 석방하고 예멘전 개입을 종식할 것을 촉구했다. 생전 마지막 칼럼에서는 사우디 당국의 언론통제를 비판한 바 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사우디 내 많은 언론인이 이른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MBS)가 주도하는 현 사우디의 진로에 실망하고 있다. 경제개혁을 이끄는 왕세자가 최소한의 반대도 가혹하게 탄압하는 모습에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그는 한편으로 사우디로부터 소외되면서 외로움과 조국에 대한 향수에 시달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슈끄지는 살해되기 수일 전 한 친지에게 자신에 대한 살해위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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