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피의자 김성수(29)는 22일 오전11시께 충남 공주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동하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를 나서며 얼굴이 공개됐다. 이 자리에서 김씨는 동생의 공범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하고 취재진의 질문에 마지못한 듯 반성의 뜻을 밝혔다. 한편 김씨의 심신미약을 사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청원글은 매일 증가해 90만명의 동의를 돌파했다.
이날 오전 양천서를 나선 김씨는 범행 동기를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이었지만 동생의 공범 의혹에는 곧장 “공범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 논란을 일으킨 우울증 진단서 제출에 대해서는 “가족이 냈다”고 짧게 말했다. 피해자 가족에게는 “제가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조사 과정에서 우울증을 주장해온 김씨는 공주의 치료감호소로 보내져 길게는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와 전문가의 정신감정을 통해 김씨의 정신상태 문제 여부를 수사기록에 첨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에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을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여론은 김씨의 강력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김씨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이 약해져서는 안 된다는 청원글에는 9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특히 심신미약을 사유로 감형됐던 그간의 선고에 쌓인 국민적 분노가 이번 사건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5월 춘천지방법원 판결에 따르면 여자친구의 배를 때려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대전고등법원이 어머니와 이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의 ‘마약 급성 중독에 따른 심신상실’이라는 주장을 인정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이들 판결을 두고 “사람을 죽여도 심신미약·상실을 주장하면 감형되는데 피해자의 넋은 누가 위로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실상 심신미약 판단이 온전히 판사들의 몫인 현행 제도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감정서 등 증거자료의 증명력을 판사 스스로 판단하다 보니 국민 일반 상식에 반하는 심신미약·상실로 인한 형벌 감경 선고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성폭력 범죄의 경우 양형 기준상 고의 또는 과실로 심신미약을 유발한 경우에는 형벌 감형이 안 된다”며 “동일 양형 기준을 살인 등 강력범죄에도 적용하는 게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gap@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