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정감사가 부동산 정책이 아닌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논란으로 점철됐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서울교통공사의 만성적 문제인 경영 적자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박원순 시장은 “무임승차 문제”로 얼버무려 비판이 예상된다. 야 4당은 공사 채용비리와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공동보조에 나선 가운데 정부는 전수조사 계획을 밝혀 파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22일 서울특별시 국감에서 이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 시장에게 “공사의 적자가 5,000억 원씩 나고 있는데 직원들 연봉 평균은 6,791만 원에 달한다”며 “경영 정상화가 언제쯤 되는 것이냐”라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생기는 추가 비용이 경영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교통공사의 영업적자는 5,253억 원이었으며 자본잠식률도 56.3%에 달해 이대로라면 2027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 상황에서 급속도로 정규직화를 추진하면 공사의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공사는 경영난 개선을 위해 현재 2020년까지 1,029명의 인력 감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서울시에는 지하철 기본요금을 현 1,250원에서 1,450원으로 올리는 안을 건의한 바 있다.
박 시장은 “적자 중 3,600억원 이상이 무임승차 때문”이라며 “중앙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노인 무임승차는 한계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적절치 않은 해명이란 비판이 나온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비용은 늘고 그만큼 신규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국감은 채용비리 의혹을 둘러싼 고성으로 시작됐다. 송석준 한국당 의원은 “지난 18일 국감 휴회 중일 때 한국당 의원들이 항의 방문했는데 셔터를 내려 신체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다”며 박 시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 말씀을 듣고 나서 하라”고 말하자 한국당 의원 쪽에서 이를 성토하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후 의원들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개방형 공직 등에 대한 친인척 채용 자료를 요구해 이번 사태가 시 산하 기관의 전반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야 4당은 공사 채용비리 및 고용세습 사태에 대해 국정조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밝혔다. 앞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공동제출한 김성태 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일단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민주당 측 주장을 두고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시간 끌기 작전”이라 비꼬았다.
/변재현·양지윤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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