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텔루구어와 타밀어로 제작돼 힌디어 등으로 더빙됐는데 발리우드로 불리는 힌디어권 영화가 아닌 텔루구어권의 ‘톨리우드(Tollywood)’ 영화라는 점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수많은 영화 제작거점을 거느리고 있는 인도 영화산업의 저력을 일깨워준 것이자 영화와 정보기술(IT) 산업의 관계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텔루구어는 인도 동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와 텔랑가나주의 공용어다. 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10% 수준으로 인도에서 네 번째에 해당한다. 텔루구어는 단어가 대부분 모음으로 끝나고 규칙적인 어말 강세가 특징이다. 과거 이탈리아 여행자 니콜로 데 콘티에게 ‘동방의 이탈리아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애플은 한때 아이폰을 출시했다가 텔루구어 메시지를 받으면 멈춰서는 바람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2013년에는 이곳 출신의 니나 다불루리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미스 아메리카에 선발되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최근 텔루구어가 미국에서 사용자가 7년 새 86%나 급증하는 등 인기 언어로 부상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텔루구어 사용 지역이 IT 산업의 새로운 메카로 떠오르면서 미국으로 이주하는 고급인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직 취업 비자인 ‘H-1B’의 70%가 인도인에게 발급되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텔랑가나주의 주도인 하이데라바드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의 연구소가 밀집해 있는 것도 풍부한 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한국어가 영어를 제외하고 프랑스어에 이어 일곱 번째로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로 꼽혔다. 언어가 곧 경제력 순위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들어맞는 말인 듯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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