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사면 평소에 잘 안 되는 사람도 할 수 있어요?” “나중에 안 되면 에이에스(에프터서비스)도 해줘요?” “젊은 사람이 한번 사용해서 잘 되는지 보여줘 봐. 그래야 사지.”
23일 경기도 의정부시 한 리조트에서 진행된 ‘경기도 어르신 건강과 성(性)문화 축제’ 현장. 행사장 한켠에 마련된 성보조기구 전시·상담 부스에는 노인 20여명이 몰려 젊은 직원을 향해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노골적인 물음에 남자직원이 부끄러운 듯 웃음으로 넘기자 오히려 노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일부 노인들은 주변 사람들이 물건을 구경하는 틈을 타 직원에게 명함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경기도 주최로 이날 열린 노인 성문화축제에는 도내 31개 시군에서 1,000여명의 노인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특히 본행사 직전에 진행된 체험부스에 참석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성보조기구 부스에는 남성뿐만 아니라 특히 여성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성기구 업체 직원 A씨는 “도심 대리점이나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이지만 노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워 더욱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며 “생각보다 적극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성문화축제 현장 곳곳에서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성 관련 퀴즈 맞추기 부스에서 OX판을 손에 든 노인들은 “노년기에 성행위를 자주 하면 빨리 늙는다” “노년기의 성행위는 건강에 해롭다” “나이가 들면 성적 욕구가 감퇴한다” 등 문제가 나올 때마다 큰 소리로 ‘정답’을 외치며 자신의 의견을 늘어놓기도 했다. 현장에는 치매 등 건강상담과 네일아트·손마사지, 뇌파로 움직이는 기차체험 등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마련됐다. 평택에서 온 유영선(가명·80)씨는 “그동안 어디다 물어보지도 못하고 혼자 고민만 해오다 여기 오니까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라며 “노인들의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이런 자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의 성범죄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최근 5년간(2012~2017년) 65세 이상 노인의 성범죄는 930명에서 1,777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인의 성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쉬쉬하기보다는 공론화해 대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주연 경기도 사회복지담당관은 “100세 시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강한 성문화가 화두”라며 “노인의 성 문제를 음지가 아닌 양지로 꺼내 건전한 분위기를 유도하기 위한 시간으로 우리 사회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라고 전했다./의정부=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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