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9세 이상 성인 중 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는 사람들의 비율인 독서율을 조사한 결과 59.9%로 집계됐다. 이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10명 중 4명이나 된다는 뜻이며, 지난 1994년에 처음으로 관련 조사를 실시한 후 역대 최저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국가별 경쟁력 지수와 독서율 간에는 0.77이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어 이 같은 독서율의 저하는 국가 경쟁력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이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그러나 독서경영을 시행하는 기업과 기관은 남달랐다. 이들은 국민 독서율을 훨씬 웃도는 85% 이상의 독서율을 보였다.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치인 만큼 직장 내 독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독서 친화적인 일터를 만드는 데 힘쓴 기업과 기관들을 선정해 시상하는 ‘대한민국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시상식’이 23일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 강당에서 열렸다. 올해로 5회를 맞은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이 후원하고 서울경제신문사(대표이사 이종환)와 (사)국가브랜드진흥원(대표이사 김주남)이 주관했다.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 사업은 독서 친화적 기업과 기관의 사례를 발굴해 문체부 명의의 인증을 부여함으로써 직장 내 책 읽는 문화를 장려하고 기업과 지역사회에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2014년부터 추진됐다. 올해 인증기관은 총 78곳이며 인증은 신청 기관에서 작성한 자가진단표와 이에 대한 현장 확인, 1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 인증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태영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장은 “독서는 깊은 성찰과 사유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고와 삶의 폭이 넓어지고 풍성해진다”며 “독서가 단기 성과로 나타나지는 않음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핵심가치로 정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세운 독서경영 기업과 직원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최유진 국가브랜드진흥원 원장은 “단기에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독서를 기업경영에 접목해 책 읽는 기업, 책 읽는 국가 만들기에 노력해주신 수상·인증 기업 및 기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며 “독서는 마음의 밭이다. 옥토에 책이라는 씨앗을 한 권 한 권 뿌릴 때 지혜와 용기, 그리고 힘의 열매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나운봉 심사위원장은 “올해는 독서경영 인증 신청을 한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기업도 독서경영의 효과를 점차 알아가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내년에는 참가 기업이 더욱 늘어 경쟁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상(문체부 장관상)의 영예는 주식회사 이랜드리테일에 돌아갔다. 이랜드리테일은 전국 52개 점포를 대상으로 독서경영을 전사적으로 실행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독서환경 및 시스템을 갖춘 점이 높이 평가됐다. 최우수상(장관상)은 ㈜edm에듀케이션·한국산업인력공단·한국전력공사·효사랑가족요양병원·㈜휴넷 등 5곳이 받았다. 우수상은 구로구청·서울재활병원·수원시청·CJ올리브네트웍스주식회사·(재)중소기업연구원·KT&G·테크빌교육㈜·㈜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하지공업㈜·한국교통안전공단 등 10곳에 돌아갔다. 이 외에도 근로복지공단·대구광역시북구청 등 23곳이 올해 독서경영 우수 직장 인증을 받았으며 강남구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39곳은 재인증을 받았다.
이날 수상한 기업 및 기관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우선 최고경영자(CEO)의 독서경영에 대한 의지와 임직원의 참여가 비례했다. CEO가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곳은 어김없이 임직원의 참여도 높았다. 독서경영이 개인의 취미에서 조직화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CEO의 의지가 핵심적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조직화할 수 있는 회사의 능력과 함께 참여하는 구성원·직원들의 노력이 동시에 요구된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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