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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감서 기업찬조금 압박, 이것도 적폐 아닌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24일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 부회장들을 국회로 불러모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국회 측에서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과 여야 간사가 참석한다고 한다. 국회 농해수위가 경제단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데도 국회로 부르는 이유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지부진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모금에 경제단체가 모종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할 것임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간담회 이후 숙제를 받아갈 경제단체들은 벌써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여야정 합의에 따라 지난해 3월 신설됐다. 한중 FTA로 기업들이 반사이득을 봤으니 피해를 입는 농어촌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자고 해서 만들어졌다.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을 모으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모금액은 400억원도 채 안 된다. 이마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여파로 공공기관이 대부분 부담했을 뿐 민간기업의 기부금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다.

국회의 기업 출연금 요구는 이뿐이 아니다. 앞서 국회 농해수위는 기금 모금실적 부진을 따지겠다며 국감장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5대그룹 임원을 증인으로 출석시킨 바 있다. 일부 의원들은 특정 기업을 지목하며 기부금을 낼 용의가 있는지 묻기도 했다. 말이 좋아 권유이지 팔 비틀기나 다름없다. 심지어 농협중앙회 회장에게도 출연금이 왜 쥐꼬리냐며 질책했다. 엄밀히 따지면 농협은 한중 FTA의 피해자이지 수혜자가 아니다. 논리적 타당성을 떠나 피감기관에 대한 국회의 전형적 ‘갑질’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권은 자발적 요청이지 강요가 아니라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듣는 기업이 있을까. 기업인과 경제단체로서는 국회에 불려가는 것만으로도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국정을 감시해야 할 국감을 기업으로부터 찬조금을 받는 통로로 악용하는 것은 월권이자 청산해야 할 적폐다. 지금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을 내는 시대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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