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종헌(사진)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 여부는 향후 수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수사팀(팀장 한동훈 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적용해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수사가 시작되자 차명 전화를 만들어 말 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있고 네 차례 소환조사에서 전직 심의관들의 진술과 달리 대부분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점 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차장을 역임한 그는 재판거래·법관사찰 등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한 거의 모든 의혹에 실무 책임자로 등장한다. 임 전 차장이 받는 혐의는 드러난 부분만 10여가지에 달한다. 특히 검찰은 임 전 차장의 영장에서 징용소송 등 재판거래 의혹을 비롯해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을 각급 법원으로부터 돌려받아 법원장 등에게 현금으로 나눠준 의혹,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위헌 제청 결정을 취소시킨 의혹 등에 양 전 대법원장과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 전 법원행정처장들을 공범으로 적시했다.
임 전 차장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앞으로의 사법농단 수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 수사에 성공할 경우 그가 양 전 대법원장과 전직 법원행정처장 등 사법부 최고 책임자를 가까이서 보좌한 만큼 윗선 수사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검찰은 수사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원이 임 전 차장이 연루된 의혹과 관련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예단을 내비친 바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판거래 등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관여 여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달 초 우 전 수석의 구치소 수용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재판거래 관여 의혹에 대한 기본 입장을 현장에서 청취했다”면서도 “하지만 정식 소환조사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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