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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의 스타트업 코칭] 열린 태도로 잠재고객 만나야

<75>'확증 편향'서 벗어나기

KAIST 경영대 교수

사업 아이디어는 '신념'과는 다른 문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접점 항상 유지를





자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고객들이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창업자가 있을까. 아마 조금이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창업 실패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서라고 하지 않는가. 확신을 가지고 창업했지만 잘못된 확신이었던 것이다. 이런 사실을 창업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기존 기업들은 기존 경험, 구성원 역량, 시장 조사 등을 통해 확신의 근거를 만든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창업자 또는 소수의 창업팀이 자신이 가진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의존해 자기 생각만으로 확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잠재 고객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자가 가진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때문이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즉 ‘신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신이 있다고 생각할 만한 정보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신이 없다고 생각될 정보는 무시하려는 것이다. 확증편향이 높은 창업자일수록 원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확증편향을 줄일 수 있을까.

첫째, 창업 초기에는 고객 설문보다 인터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확증편향이 높은 창업자일수록 이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엄연한 사실인데 굳이 만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다. 그러다 보니 주로 설문으로 대체하려 하지만 설문으로는 확증편향을 벗어나기 어렵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원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똑한 창업자일수록 자신의 생각에 맞춘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설문을 만들게 될 것이다. 고객 인터뷰는 자신의 솔루션이 고객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자세로 만나는 것이다. 사업은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최적화된 것을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사업 아이디어는 ‘신념’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창업자들은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듣게 되면 그것을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 자기 신념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사업 아이디어를 자신의 신념 혹은 정체성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아이디어는 신념 같은 것이 아니다. 고객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법일 뿐이다. 설령 그것이 신념같이 느껴지더라도 열린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당신의 신념은 문신이 아니라 옷과 같다고 생각하라.” 폴 사포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이다.

셋째,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고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창업자에게는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특히 구성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실무자들이 고객 접점에 전진 배치되고 창업자는 실무자 뒤로 계속 밀려나게 된다. 그러면 다시 창업자의 확증편향이 나타날 수 있다.

성공한 창업 아이디어도 창업 초기에는 대부분 완벽하지 않다. 대부분 어설퍼 보인다. 하지만 창업자는 그것이 확실한 사업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이 있어야 창업할 수 있다. 다만 시작 후에는 확증편향을 줄여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sungjucho@business.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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