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커지며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강도 높은 실태조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 각지에서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에 나서 약 4,800건을 적발하고도 고용세습 사례는 밝히지 못해 감시 역량도 의문시된다.
2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경남 함안군보건소는 올해 무기계약직으로 18명을 공개채용하는 과정에서 전 군의원 며느리와 조카, 군청 공무원 자녀와 배우자를 포함시켰다는 의혹을 받아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다. 국내의 대표적 정부 출연 뇌 연구기관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부설 한국뇌연구원도 뇌 연구 경력이 짧은 원장 측근이 임원을 맡고 상반기 정규직 전환 과정에 전 원장과 일부 임원이 개입해 지인을 전환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원진 대한애국당 의원이 경남도에서 제출받은 ‘2017년 채용비리 특별감사 결과’를 보면 ㈜경남무역·경남발전연구원 등 총 12개 도내 공공기관에서 40명이 채용비리로 징계를 받았다. 3건의 경우 경남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 역시 이 회사 정규직 전환 대상자 1,203명 중 임직원의 친인척이 33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채용비리로 한 번 몸살을 앓았던 강원랜드도 재직자 3,713명 중 99명이 친인척 관계이며 이 중 29명은 정규직 전환형 인턴이라고 밝히는 등 고용세습 의심 사례는 갈수록 쌓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에 나섰지만 정작 정규직 전환을 계기로 한 고용세습 비리는 밝혀내지 못했다. 당시 정부 관계부처는 1,190곳을 점검해 946개 기관에서 4,788건의 채용비리를 적발했다. 정부는 이 중 109건을 수사 의뢰했고 255건은 징계문책 처분했다. 하지만 이번에 논란이 된 서울교통공사 등의 사례는 드러나지 않았다.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은 “정부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격”이라며 “비정규직 제로와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이라는 무리한 약속이 빚어낸 예견된 비리”라고 말했다.
/세종=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