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대용량 데이터와 최첨단 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형태의 분야가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의 틀이 바뀌고 있다. 블록체인은 이들과 함께 미래를 이끌어갈 혁신기술로 등장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에게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는 4·4분기에만 비트코인 한 단위당 가격이 3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그야말로 암호화폐 광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암호화폐를 통해 일반인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나 각국 정부·연구기관·선진기업들은 훨씬 전부터 비즈니스 관점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하고자 노력해왔다. 공공 부문에서는 정부가 글로벌 은행·기업들과 공동으로 금융권에 활용 가능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공공기관에 활용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인증, 조폐공사의 전자거래 진위 증명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편 선진기업들은 기업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산업별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고 각 기업별 상황과 니즈에 맞는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확산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는 블록체인에 기반한 식료품 추적으로 생산·유통 과정의 문제를 즉시 파악하는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머스크는 복잡한 거래와 금융을 수반하는 무역 비즈니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별도의 세관 신고서나 선적 리스트 없이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일반적으로 동일한 정보를 네트워크 참가자에게 분산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간 관리자 없이 거래 당사자 간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므로 거래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거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활용하고자 하는 주체의 목적과 네트워크 관리 방식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기업이 비즈니스를 위해 활용하는 블록체인은 어떠한 형태일까. 기업은 고유의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밸류체인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거래한다. 기업 단위의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암호화폐 시장과 달리 기업 특성이 반영된 형태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만약 대외비 성격의 민감한 비즈니스 정보가 외부에 유출되거나 무분별하게 공유된다면 그로 인한 손실은 물론이고 기업 경쟁력을 상실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정보의 분산 저장기술은 위변조 방어가 용이하지만 정보유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동일한 내용을 분산 저장하므로 위변조 시도 시 신속하게 확인해 추가 피해를 막고 복구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중간 관리자 통제 방식 대비 정보의 유통채널이 많기 때문에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사례와 같이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 과정에서 정보보안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은 허가받은 사용자만 참여하고 사용자별로 정보의 접근 및 유통 권한을 차별화해 불필요한 정보 공유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보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이 비즈니스에 블록체인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고민해야 할까. 단계별로 생각해보면 1단계는 기존 비즈니스에 적용 가능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라고 반드시 새로운 영역에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비즈니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는 과정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2단계는 활용 목적에 적합한 대안을 선별하는 것이다. 기존 사업에 적용해 수익을 내거나 관리체계를 개선해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는 등 다양한 대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3단계는 비용 대비 효과, 즉 cost-benefit 검토다.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비용 대비 효과는 가장 중요한 검토 항목이나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소실돼서는 곤란하다. 아이디어가 구체화한 후 기대효과와 위험요소를 고려하는 분석과 검토를 하되 우선순위를 둬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부터 사업화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이 기업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일까. 블록체인은 참여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다. 즉 블록체인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도입은 금융을 시작으로 공공 부문, 기업 비즈니스 영역까지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는 기업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접근 방식으로 이러한 움직임을 현명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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