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정도로 국내 조림(造林) 사업이 활기를 띄고 있는 가운데 우량한 묘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국내 양묘시스템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40여년 간 지속돼온 노지(露地) 양묘가 자연재해에 취약한데다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등 이중고에 직면해 있어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시설 양모 시설 도입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준규 산림청 산림자원과장은 “노지양묘산업은 양묘 경영자의 많은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인력난과 자연재해의 위험성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앞으로도 많은 비용의 손실과 국가 조림정책에 막대한 차질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연재해·인력난에 노출된 노지양묘=노지양묘 중심의 양묘산업은 기후·환경변화에 따른 홍수·집중강우·태풍·가뭄과 같은 자연재해에 노출돼 있다. 특히 연중 지속되는 집중호우에 의한 양묘장 토양 유실 문제와 함께 낙엽송·잣나무 등 일부 묘목의 침수·고사 피해가 증가하고 있고 여름철 고온 지속에 따른 유묘의 고사와 생장 저하, 병충해 발생빈도 증가 등으로 인해 양묘사업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양묘장의 노동인력 부족 및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양묘장 작업 인부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향후 수년 내 노지양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국유양묘장 중 최대 규모인 용문양묘사업소의 노령화율은 70%를 훌쩍 넘긴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14개 국유양묘장 노지양묘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5%에 달한다.
◇조림 선진국은 90년대 초부터 양묘장 현대화 나서=노지양묘에서 시설양묘로 전환하는 것은 전세계적인 추세다. 시설양묘는 고위도인 북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노르웨이가 98%로 가장 높고 핀란드(96%), 캐나다·스웨덴·포르투칼(90%) 등이다. 이스라엘도 95%가 넘는다.
스웨덴의 민간 임업양묘회사 버그빅사는 1992년부터 용기묘 생산시스템을 양묘장에 구축해 총 5,500만∼6,000만그루의 묘목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1년 중 9개월이 한랭한 날씨여서 난방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고 센서를 통해 온실 내 기온 및 습도를 수집해 자동으로 온실을 제어한다. 버그빅사는 묘목 포장도 자동화해 조림예정인 묘목을 운반·저장하기 전에 동일한 방식으로 포장하고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 피트킨 양묘장은 1982년 온실 구축 후 시설양묘로 전환했다. 종자 파종부터 자동화된 양묘장비를 이용하고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이용해 묘목을 온실로 운반하고 있다. 온실은 수막 시스템을 구축해 병해충 방제와 살균작용 이외에 여름철 고온 피해도 방지하고 있다.
◇ICT 활용한 양묘장 선진화 서둘러야=산림청은 지난 2015년부터 국유 및 민유양묘장의 양묘시설 현대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설양묘에 ICT를 접목한 양묘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마트온실과 야외생육시설에 온도·습도·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해 기상재해에도 건강한 묘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종자파종·관수·시비 등을 자동화해 노동의존형 묘목생산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다.
산림청은 또 스마트 산림종자 처리시설 확충에도 나선다. 종자건초·탈종·정선·선별·코팅·포장 등 종자처리 전과정이 일괄 처리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해 고품질 종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내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124억5,000만원을 투입해 아파트형 일괄 종자처리 공장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산업정책국장은 “ICT를 활용한 첨단 양묘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인력난을 해결하는 동시에 청년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고품질 묘목을 안정적 공급할 수 있도록 종자처리시설 및 양묘장 현대화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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