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강연을 할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 하나 있어요. ‘올해 우리나라 실업률이 얼마일까요?’라는 건데 대부분 20퍼센트 이상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건국 이래 실업률이 20퍼센트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같은 답을 자신있게 한다는 것은 경제 지식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죠. 부자가 되고 싶어 재테크에는 관심은 있지만 경제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경제를 모르고 투자하는 것은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아요.”
지난 9월 첫 책 ‘경제 읽어 주는 남자(더 퀘스트 펴냄)’를 쓴 김광석(사진) 이코노미스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경제학 박사)는 “요즈음 30대 직장인들이 월급만으로는 부자되기는 커녕 노후대책도 세우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테크를 시작하지만, 정작 자신이 어디에 투자하는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면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재무설계사가 종목을 골라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안타깝다. 원금 손실을 확인하고 나서 후회하면 이미 때가 늦은 것”이라면서 출간의 소회를 밝혔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지식없이 재테크에 뛰어든다면 자신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는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라는 것은 결론적으로 경제에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경제의 흐름과 산업동향을 이해하고 난 후 투자할 대상을 선택하면 투자에 재미를 알게 된다. 현상을 이해해야만 자신의 투자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관 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면밀한 조사와 분석을 끝낸 후 투자종목을 결정하듯이 개인도 재테크를 시작할 때 치밀한 조사와 분석은 기본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책은 경알못(경제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최소한의 경제상식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금리·무역·환율·부동산 등 경제를 보는 눈을 키울 수 있는 핵심 주제를 13개로 나눠서 정리했다. 특히 격변하는 남북관계로 빠르게 변화할 남북 경제 전망이 눈길을 끈다. 아울러 우리 삶에 스며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 그리고 경제와 산업의 변화를 설명한다. 김 교수는 “경제를 알지 못하면 자녀의 진로 선택에도 부모는 눈뜬 장님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부상하는 산업에 따라 필요한 기술을 갖춘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시대별 산업의 변화도 감지하고 전략적으로 진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자녀의 재능과 적성 못지않게 부모의 경제지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계 최대 장난감 및 유아용품 업체인 토이즈러스 지난 6월 폐업을 선언했고, 미국 최대 서점 반즈앤노블은 최근 매각을 결정했으며, 미국의 유통 거인 시어스마저 최근 파산 보호신청을 했다”면서 “산업계 전반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며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으니 기업의 인력 채용 요건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출간된 지 1개월 남짓 지난 책은 1만권 이상 판매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창업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월급으로 가계를 운영해 나가는 직장인과 달리 창업자는 경제의 흐름을 관찰하고 돈의 흐름과 회계 관리 등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 그는 “퇴사 후 프랜차이즈 가맹점 가입이나 소규모 가게 등으로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섣부른 창업이 부른 참사”라고 지적하면서 “경제 감각을 키우며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고 무작정 자영업자로 나선다면 결국 과밀화로 인한 폐업이라는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규모와 상관없이 창업은 치밀한 준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2012년 현대경영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에서 그가 총괄해 쓴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는 보고서로 30대 초반 청와대 경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을 거치면서 김 교수는 거시경제를 조망하는 전문가로 성장했다. 이제 그는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우리나라 국민의 경제지식 수준을 높여나가자는 목표를 세웠다. 김 교수는 “대중강연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까지 고학력자들의 경제지식이 이렇게 바닥인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경제를 모르면 개인의 삶에 위기가 오고 더 나아가서는 산업과 국가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면서 “대박 터뜨리는 재테크가 아니라 합리적인 경제활동의 주체로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날 계획이다. 그들을 만날 때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활짝 웃었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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