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집단 불참 방침에도 불구하고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참여하는 개별 사립유치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정부가 확대 적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에도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곳이 늘고 있다. 교육당국의 강경한 대응과 싸늘한 국민 여론에 기세등등하던 사립유치원들이 일단 꼬리를 내린 셈이다.
교육부는 24일 오후5시까지 전국 사립유치원 4,092곳 중 613곳(14.9%)에서 처음학교로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제주(21곳)·세종(3곳)은 지역 내 사립유치원 전체가 참여한다. 서울은 27.6%(629곳 중 174곳), 경기는 8.3%(1,067곳 중 89곳)가 참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전국 참여율(2.8%)을 5배 이상 넘어섰다. 다음달 1일 시스템이 개통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참여 유치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처음학교로는 온라인을 통해 유치원 규모와 비용 등 개괄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맞춰 신입 원아 모집신청과 선발 추첨 등을 진행하는 입학관리시스템이다. 유치원 입학 시즌 때마다 학부모들이 총출동해 신청·추첨에 응해야 한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사립유치원은 “정부 지원을 받는 국공립 유치원과 비교당하면 ‘비싸기만 한’ 유치원처럼 보일 수 있다”며 참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올해는 사립유치원 감사 명단 공개에 따른 파장으로 한유총이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참여율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상황을 반전시킨 것은 재정지원 중단을 무기로 압박 강도를 높인 정부의 대응과 분노한 학부모들의 비판 여론이다. 교육부는 앞서 전국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처음학교로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재정지원과 연동해 불이익을 주겠다고 결정했다. 21일 서울시교육청은 가장 먼저 불참 유치원에 월 52만원의 원장 인건비 지원금과 월 15만원의 학급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면서 “다른 교육청들도 비슷한 수준으로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사립유치원들은 재정 문제에 더해 처음학교로 불참 시 ‘비리유치원’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처음학교로에 불참하는 사립유치원을 문제가 있는 유치원처럼 여기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소규모 사립유치원 원장은 “비난의 화살만 우리 몫이 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한유총보다 작지만 또 다른 사립유치원 단체인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를 중심으로 에듀파인 적용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유치원들도 늘고 있다. 전사련에는 전국 사립유치원 4,300여개 중 1,200여곳이 가입돼 있다.
수세에 몰린 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시 한 번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여론 반전을 꾀했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깊은 사죄 말씀을 드린다”며 “자체 정화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것은 교육부가 사유재산 보장 없는 재무회계규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처음학교로·에듀파인 참여와 관련해서는 “개인 원장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동영기자 j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