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성폭력을 비롯해 데이트폭력·가정폭력 등 여성대상 범죄와 관련한 신고·상담이 급격히 늘어났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24일 서울 중구 바비엥2 교육센터에서 ‘젠더 폭력과 경찰 대응’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변현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가정폭력방지본부장이 발표한 ‘젠더 기반 폭력의 실태와 대응의 문제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성긴급전화 상담 건수는 17만6,684건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상반기 13만4,204건보다 약 31.6% 늘어난 수치다.
유형별로 성폭력 상담은 올해 1만3,354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약 31.3% 증가했다. 데이트폭력 상담은 올해 상반기에만 6,303건으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112.2%나 늘었다. 가정폭력 상담은 약 12.4% 증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지적된 문제점 중 하나는 경찰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변 본부장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직장 내 성희롱 신고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해 6월 말까지 300건이 경찰에 넘겨졌다. 이와 관련해 변 본부장은 “성희롱, 성추행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경찰 신고 후 담당자가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없으니 직장 내에서 해결하라는 권고를 하는 등 대처가 미흡한 사례도 있었다”며 “성희롱 인정 범위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젠더 폭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동환 치안정책연구소 법제개혁팀장은 ‘젠더 폭력 경찰대응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이라는 발제문에서 “(가정폭력 등) 현장에서 범죄임이 명백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범죄에 이르지 않거나 애매한 경우 경찰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며 “법률의 미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조치하다가 민원이나 정치적 공세에 혼이 난 경찰은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성대상 폭력에 대한 대응에서는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현장에서 즉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찰이 젠더 폭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권침해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경찰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해 현장에서 위험을 즉시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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