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내 페트병 기계를 만든 일본의 A 업체가 “사고 당시 기계작동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하면서 제주 삼다수 공장 근로자 사망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동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 등은 지난 23일 오후 5시 40분께부터 약 9시간에 걸친 1차 현장감식을 진행했으며, 1차 감식에서 사고 당시 14분 간격을 두고 기계를 멈추는 비상버튼이 두 번 눌린 이력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상 버튼이 두 번 눌린 14분 사이 기계에 몇 차례 오류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비상 버튼을 누르고 당시 발생한 기계 오류를 모두 해결하다 사고를 당했는지, 비상 버튼을 누르고 오류를 해결하자마자 또 다른 오류가 발생해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은 채 오류를 해결하다 사고를 당했는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상버튼 외 작동버튼 등 다른 버튼이 눌렸는지에 대한 확인이 힘들다는 것이다. A 업체 측에서도 기계 자체에서 비상버튼을 누른 이력과 오류 발생 현황 외에 작동버튼을 누른 이력 등 다른 부분의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또한 사고가 발생한 기계는 출입문이 열리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고 문이 닫혀야만 작동이 가능하지만 사고 당시 문에 열쇠가 꽂혀있어 문이 닫힌 것과 같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같이 공장 내 폐쇄회로(CC)TV도 없던 상황에서 사고 당시 기계작동 이력까지 확인이 어려워지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별도로 공장 시설·안전교육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20일 오후 6시 43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삼다수 공장에서 김모(35)씨가 삼다수 페트병 제작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몸이 끼면서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건 당시 김씨는 작업 도중 작동을 멈춘 기계를 수리하러 내부로 들어갔다가 기계가 작동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 부검 결과 목 부위에 강한 압박을 받아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숨진 김씨에 대한 장례는 이날 유족들에 의해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