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만으로 구성된 서울시의회 의장단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으로 시정이 뒤숭숭한 상황에서도 태국 방콕으로 출장을 떠났다. 나머지 민주당 시의원들은 경기도 여주에서 연수를 받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으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시의회 의원회관은 텅 비어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이 24일 입수한 시의회 의장단의 태국 방콕의회 우호 방문 일정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되는 행사 중 므리가다야반 궁전, 라차팍디 공원, 삼판남 수상시장 등 관광지 일정이 다수 포함됐다. 므리가다야반 궁전은 태국 국왕 라마 6세가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지은 별장이며 라차팍디 공원은 태국 문자 발명가 람캄행 등 존경받는 국왕 7인의 거대 동상이 있는 유명 관광지다. 시의회는 “방콕 의회가 선정한 것으로 의회의 의지와는 관계 없다”고 해명했지만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교통공사 채용비리가 전국적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출장 시점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여주에서 서울 광역의회 연수를 받고 있다. 매년 10월께 열리는 이 연수는 지난해 안희정 충남도지사, 올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이 참여해 사실상 당내 유명인사와 친분을 쌓는 자리로 통한다.
시의회 총 의석 110석 중 102석(92.7%)에 달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전부 서울을 떠나면서 의원회관은 적막만 감돌고 있다.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정례회가 열려 시정을 감시·비판하는 행정감사와 예산심사가 이어지지만 이를 돌볼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있는 셈이다. 현재 시에서는 행정감사 기간 동안 교통공사 외에 추가 채용비리가 나오지 않을지 긴장하고 있다. 시 공무원들은 불이 꺼진 의원실에 감사 자료를 쌓아놓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당 등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행보에 “이래서야 채용비리 추가 사례 발굴 등 의회의 견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한국당(6석)·바른미래당(1석)·정의당(1석)은 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10석에 미달한 탓에 민주당의 연수 일정도 안내받지 못했다. 한국당은 23일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채용비리 제보센터’를 개설하고 1인 피켓 시위 등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지만 당장 민주당이 의혹 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지 않아 난항이 예상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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