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조합 임원(조합장, 감사, 이사)의 장기 연임을 금지하고, 지자체가 조합장 선거사무에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추진된다. 잊을만하면 비리가 반복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운영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청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이 같은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건의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강남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조합들이 많이 있는데 조합 운영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돼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재건축·재개발 조합 임원이 장기 연임을 할 수 없도록 ‘선출 의무화’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41조 4항에 따르면 정비사업 조합 임원의 임기는 3년 이하로 정해져 있으며, 기간이 만료되면 조합원들에게 신임 여부를 물어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 때문에 대다수 사업장에서 기존 조합 임원이 단독으로 후보로 나와 임기를 자동으로 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10년 넘게 조합장을 맡는 사례도 나왔다. 실제로 서울 강남의 A 재건축 조합의 경우 15년 동안 한 명이 조합장직을 연임하기도 했다.
이에 강남구청은 기존 조합 임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누구라도 후보로 등록해서 선출 과정을 통해 총회에서 신규 임원으로 뽑힐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요청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한 명이 조합장이나 임원직을 오래 맡게 되면 견제나 감시 체계가 덜 작동해 비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선출 의무화를 도입하면 기존 조합 임원이 장기 연임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기존 조합 임원들은 조합원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더 열심히 업무를 수행할 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 등 지자체가 조합 임원 선거사무에 적극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요청했다. 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구청장이나 시장·군수는 조합임원의 사임, 해임 또는 임기만료 후 6개월 이상 조합임원이 선임되지 않았을 경우 조합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하지만 총회만 소집할 수 있을 뿐 이후 선거사무를 지원할 수 있는 별도 조항은 없다. 새로 조합 임원을 선출하려면 조합이 선거위원회를 구성한 뒤 후보자 등록, 연설회 개최, 안내 책자 발부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데 이전까지는 이 사무를 조합 재량에만 맡겼다.
이에 선거가 일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구청이 직접 선거사무 지원을 할 수 있어 더 신속히 선거를 치를 수 있다. 강남구청 측은 “기존 조합 임원은 임기가 만료되더라도 새로운 임원이 선출되기 전까지는 계속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 신규 임원 선임 선거가 제때 이뤄지지 못했고 이에 정비사업 일정도 늦어지는 경우가 있었다”며 “구청이 선거사무 지원에 나서면 조합 운영이 느슨해 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법 개정을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강남구청의 요청 사항을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법령 개정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조합의 반발이 변수다. 한 정비사업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은 조합 주축의 민간사업인데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서울 재건축 조합들이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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