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양탄자를 깔아놓은 것 같네요.” “제주 바람이 변수가 되겠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우승에 도전장을 낸 선수들이 완벽하게 준비를 마친 코스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길어진 코스 길이와 제주 특유의 바람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108명의 출전선수들은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4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공식 연습 라운드를 하며 마지막으로 코스를 점검했다. 코치를 동반한 선수들은 티샷을 어디로 보내야 세컨드 샷 공략에 유리할지 의논하며 전략을 세웠다. 캐디들은 그린에서 이리저리 볼을 굴려보면서 홀 위치에 따른 세밀한 경사를 파악하고 ‘한라산 브레이크’라 불리는 착시현상이 있는지 체크하느라 분주했다.
1년 만에 다시 핀크스 골프클럽을 찾은 선수들은 우선 잘 관리된 코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현(27·NH투자증권)은 “올여름은 유독 더워 잔디 관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 코스 상태가 정말 좋다”면서 “그린 상태가 좋고 스피드도 적당해 퍼트가 생각하는 대로 굴러간다”고 말했다. 김자영(27·SK네트웍스)도 “코스 상태가 정말 마음에 든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핀크스GC는 미국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테오도어 로빈슨이 설계한 코스로 국내 골프장으로는 최초로 세계 100대 코스에 선정된 곳이다. 특히 최근 페어웨이를 최고급 그린 잔디인 벤트그래스로 교체하면서 카펫처럼 매끈한 코스로 최상의 플레이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갈하고 아름답다고 해서 공략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특히 처음 개최했던 지난해에 비해 전장이 최고 175야드 더 길어졌다. 지난해에도 6,489야드로 긴 편이었는데 올해는 1·2라운드는 6,643야드, 3·4라운드는 마지막 18번홀(파4)을 더 늘려 6,664야드가 된다. 여기에다 바람이 불면 훨씬 더 어렵게 변모한다.
박지영(22·CJ오쇼핑)은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괜찮았는데 어제 프로암 때는 파4홀에서 서너 번이나 3번 페어웨이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해야 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드라이버 샷 평균 거리 20위권의 장타력을 갖춘 박지영은 “시즌 막판인 요즘은 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시기이기 때문에 거리는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혜진은 “지난해 쇼트 아이언 거리가 남았던 몇몇 홀에서 올해는 미들 아이언 거리가 남았다”고 말했다.
역시 장타자 축에 속하는 하민송(22·롯데)도 “전장이 길어진 것도 조금 부담인데 아무래도 바람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맞바람이 강하게 불면 8번이나 9번 아이언을 들어야 할 거리에서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소영은 “코스 상태는 아주 좋은데 페어웨이의 런(볼이 지면에 떨어진 뒤 굴러가는 거리)이 별로 없어 거리가 더 길게 플레이 된다”며 장타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파워보다는 정확도가 돋보이는 최혜용은 “코스가 길고 바람이 불면 장타자들도 세컨드 샷에서 (다루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롱 아이언이나 우드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샷 거리가 길지 않은 선수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승부처로 꼽히는 홀은 7번홀(파4·420야드)과 18번홀(파4·388야드). 7번홀은 거리가 길고 페어웨이의 좁은 티샷 낙하지점 좌우에는 벙커가 위치하고 있다. 그린 주변의 벙커도 위협적이다. 18번홀은 그린 앞쪽으로 해저드와 개울·벙커가 있어 맞바람이 불 경우 정면 승부를 걸기가 부담스러워진다. 해저드를 넘겨야 하고 그린이 세로로 길쭉한 땅콩 형태인 5번홀(파3·164야드) 등 4개의 파3홀 모두 까다롭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린 스피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수준의 빠르기인 3.5m 이상을 유지할 예정이다.
핀크스 골프클럽의 선택을 받을 11번째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여왕 탄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 대회는 SBS골프채널이 1~3라운드(25~27일)는 낮12시부터 오후5시까지, 최종라운드(28일)는 28일 오전11시부터 오후4시까지 생중계한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