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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신언서판의 현대적 해석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고사가 있다. 이는 중국 당나라 시절 관리를 채용할 때 사용한 인재평가의 기준으로 체모(體貌)·언변(言辯)·필적(筆跡)·문리(文理)의 네 가지를 이르는 말이다. 시대가 변해도 공직자가 갖춰야 할 유용한 기준이라 여기고 업무에도 적용하고 있다.

첫째, 신(身)이란 풍채와 용모를 뜻하는 말이다. 사람을 처음 대했을 때 0.2초 만에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끝낸다고 할 정도로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타고난 신체와 외모를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단정한 용모와 밝게 웃는 얼굴로 국민을 대해야 한다. 특히 제복공무원에게는 언제나 몸가짐을 바로 하는 것, 즉 예의범절이 중요하다. 또한 현장에서 필요한 강인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도 요구된다 할 것이다.

둘째, 언(言)은 언변을 뜻한다. 간결하고 정확하게 의사를 전달하는 능력이다. 하지만 화려한 언변보다 국민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따뜻하고 공손한 언어를 사용하는 모습이 더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안전과 밀접한 정책을 수행하는 현장에서 늘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한다. 충분히 경청하고 친절한 설명과 긍정의 언어로 다가가야 국민의 공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서(書)는 글씨(필적)를 의미하는 말이다. 예로부터 필적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말해주는 것이라 해 매우 중요시했다. 붓 대신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요즘 예쁜 글씨보다는 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흔히 공무원은 문서로 말한다고 한다. 문서는 공식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며 문제 해결 과정을 담고 있다. 따라서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정직하고 정확하게 문서를 작성하고 전달하려는 취지와 내용을 쉬운 용어로 글 속에 잘 담아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넷째, 판(判)이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아는 판단력을 뜻한다.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변화와 위기관리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경찰관을 ‘거리의 판사’라고 일컫는데 그만큼 현장에서 즉각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특수하고 돌발적인 상황이 많은 바다에서는 더욱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사에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법적 근거와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데 신문활용교육(NIE)도 매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복잡다기한 치안환경과 바다라는 공간에서 해양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수준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신언서판을 공직자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으로 삼고 실천할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와 만족을 주는 자랑스러운 해양경찰이 되는 그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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