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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음주운전 사고 한달…뇌사 윤창호 가족 "살인죄 적용 법개정"

친구 10명 호소 윤창호법 발의…“술마시고 운전하면 미필적 고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과 지난달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 상태에 이른 윤창호씨의 친구들이 21일 국회 정론관에서 음주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인을 꿈꾸던 22살 청년 윤창호 씨는 지난달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 미포 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의식을 잃었다.

가해 운전자 박모(26) 씨가 면허취소 수준을 훌쩍 넘어서는 혈중알코올농도 0.181% 상태에서 BMW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횡단보도에 서 있던 윤씨와 친구 배모(22)씨를 덮친 사고였다.

사고 충격으로 15m가량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 윤 씨는 중환자실에서 한 달째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4일 해운대백병원에 따르면 윤 씨의 몸 상태와 관련해 담당의사는 뇌사 판정만 내리지 않았을 뿐 사실상 뇌사로 간주했다.

병원 관계자는 “다른 부분은 건강한 편이지만 뇌의 기능이 손상돼 회복이 힘든 상황”이라며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이성적 판단으로는 희망적인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비보를 접한 윤씨의 부모는 생업을 제쳐놓고 병원에서 지내고 있다.

하루 2번 20분씩 주어진 면회시간에 아들의 얼굴을 보며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윤씨 아버지 기현(53)씨는 “창호 할아버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입이 돌아가고 할머니는 식음을 전폐하고 어머니는 창호를 보면서 기도를 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며 “가족 모두 하루하루 견디기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낮 면회시간에는 윤씨와 함께 복무 중인 카투사 동료들이 찾아왔다.

김명석 카투사 주임원사는 “성실하게 군 복무를 하는 창호가 왜 중환자실에 누워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동료이자 전우 부모님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자 왔다”고 말했다.



윤씨의 안타까운 사고는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음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자는 공감대가 조성되고 있다.

윤씨 친구들이 ‘도로 위 살인행위’ 음주 운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률을 만들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린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해당 청원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SNS에 출연, 상습 음주운전 사범과 사망·중상해 교통사고를 야기한 음주운전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양형 기준 내에서 최고형을 구형하라고 검찰에 지시한 바 있다. 또한 선고 형량이 구형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적극 항소해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지시했다.

친구 10명은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매일 병원에 모여 이른바 ‘윤창호법’ 제정을 위해 정치권과 행정·사법부에 메일을 보내는 등 법 개정 운동에 나섰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21일 윤씨 친구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이른바 ‘윤창호법’을 여야 의원 103명의 동의를 받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이 대표 발의할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은 음주 운전 가중처벌의 기준과 음주 수치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살인죄’처럼 처벌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씨의 대학 친구 김민진(22) 씨는 “법안을 발의하더라도 여전히 보수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많아 법 개정이 쉽지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술 마시고 운전을 하는 것은 실수가 아니고 본인의 선택이다. 이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를 가지는 것이라는 인식 개선과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씨 어머니 최은희(50) 씨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이 숨져도 법정 최고형이 징역 8개월이고 대부분의 음주 운전자들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현행법은 분명 잘못됐다”며 “가정이 파탄 나고 죽을 때까지 이 상처는 아물지 못하는데 우리 사회가 사고를 낸 음주 운전자에 온정주의를 보여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 기현 씨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일주일 보름을 넘기기 힘들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은 기적”이라며 “창호가 법 개정으로 음주문화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좀 더 보고 싶어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창호의 고통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운대경찰서는 다리 골절로 전치 10주의 진단을 받은 피의자 박씨를 상대로 조사를 마쳤고 박씨가 거동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 치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성문인턴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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