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버디다. 보기를 적게 범하는 선수보다 버디 많이 잡는 선수가 팬도 많은 법. 갤러리들은 볼이 홀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버디”를 외치며 대리만족을 느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는 라운드당 버디 수가 평균 4개는 돼야 버디 사냥꾼 소리를 듣는다. 2016시즌 박성현(25·KEB하나은행)은 라운드당 4.67개의 버디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세웠다. 박성현 이전까지 오랫동안 나오지 않던 평균 버디 4개 기록은 이정은(22·대방건설)이 지난 시즌 4.20개를 찍으면서 2년 연속 이어졌다.
올 시즌은 3년 연속 기록 행진을 넘어 평균 버디 4개 클럽에 여러 명이 동시 가입하는 진기록 탄생의 가능성도 크다. 주인공은 오지현(22·KB금융그룹)과 최혜진(19·롯데), 그리고 배선우(24·삼천리)다. 코스 난도가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쉬워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그보다는 체계화된 몸 관리와 연습 등으로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한 영향이라는 얘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오지현은 라운드당 4.2개의 버디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4.13개의 최혜진. 이 둘은 시즌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예측불허의 치열한 상금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평균 4개에 살짝 모자란 3위 배선우(3.98개)도 시즌 종료까지 남은 2개 대회를 통해 ‘4’자를 그려넣을 기회는 있다. 3.95개의 4위 이정은까지도 희망이 있다. 다만 이정은은 2개 대회 중 하나만 출전한다는 변수는 있다.
오지현은 정교한 퍼트, 최혜진은 장타와 정확한 아이언 샷의 조화, 배선우도 정상급 아이언 샷을 무기로 버디 몰이를 하고 있다. 25~28일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은 평균 버디 4개 클럽 가입을 굳힐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지난해 대회에서 잘 정돈된 코스와 바람도 잔잔한 좋은 날씨 덕에 선수들은 첫 이틀간 버디 파티를 벌였다. 선두 스코어는 14언더파, 컷 통과 기준은 3언더파였다. 올해는 코스 난도가 높아졌다. 6,489야드에서 6,664야드(1·2라운드는 6,643야드)로 175야드 길어진 것. 여기에 러프도 종전 30~35㎜에서 50~65㎜까지 길어졌다. 한층 어려워진 코스를 선수들이 어떻게 공략해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 셈이다. 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는 조윤지(27·삼천리)와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 가지고 있는 8홀 연속 기록. 오지현은 지난 19일 KB금융 스타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5홀 연속 버디를 터뜨리기도 했다.
평균 타수 60타대 선수가 2명 탄생할지도 관심이다. 현재 1·2위 이정은(69.72타)과 최혜진(69.99타)이 60대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2016년에는 각각 이정은(69.80타)과 박성현(69.64타)이 유일하게 60타대를 기록하며 평균타수 1위에 올랐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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