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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평양선언 비준' 무원칙 맹공

靑 "우리 법상 北 국가 인정안해 합의서 위헌 성립 안돼"

법조계 "北 문제는 국가안보와 직결, 자의적 판단 못해"

한국당 "애 낳기전 출생신고 한 격...권한쟁의심판 검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3일 ‘9·19 평양공동선언’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 비준안’을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비준한 것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의 동의를 받지 않은 남북합의서 비준이 ‘위헌’이라는 지적에 대해 “북한은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과 맺은 합의나 약속은 조약이 아니며 헌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24일 밝혔다.

김성태(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곽상도(왼쪽), 최교일 의원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하며 ‘국무회의에서 비준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의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법조계에서도 청와대가 법률 자문을 제대로 받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야당에서는 ‘무원칙 정부’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헌법재판소에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60조에는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대한 조약의 체결과 비준에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청와대가 이날 제시한 논리는 남북이 맺은 합의서는 국가 간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3조 1항은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 지향 과정에서 잠정적인 특수관계’로 정의하고 있고 여기서도 조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남북합의서라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헌법 3조를 거론하며 “위헌 주장 자체가 오히려 위헌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이에 더해 ‘남북합의서는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지난 1999년 대법원 판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와 국제기구도 조약을 맺을 수 있고 남북 휴전협정도 일종의 조약이라 볼 수 있다”며 “설령 조약을 국가와 국가 간 맺는 것이라고 해도 북한 문제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문제로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청와대가 남북합의가 법적 효력이 없다고 결론 낸 과거 판례를 들고 나온 것은 다시 남북합의를 구속력 없는 신사협정으로 만들자는 것”이라도 지적했다. 대법원 판례 이후 남북관계의 법적 구속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05년 남북관계발전법이 제정됐는데 그 이전의 판례를 다시 청와대가 제시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김문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북한의 국제사회 활동 등을 고려할 때 국가로 볼 수 있는 현실론적 관점이 있어 논쟁이 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공세의 고삐를 바짝 쥐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초헌법적이고 독단적인 대처에 대해 야당으로서 강력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국무회의 심의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포함해 야권 공조를 통해 ‘권한쟁의 심판’을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한국당은 특히 ‘선행합의’ 성격을 띠는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동의를 받기도 전에 평양 공동선언과 군사분야합의서를 비준한 것에 대해서도 “모법(母法)이 만들어지기 전에 시행령을 먼저 만드는 것이고 애 낳기 전에 출생신고를 하는 격”이라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선언조차 꼼수 비용 추계로 국회에 계류 중인데 국가 안위에 중대한 안보적 사안이 포함된 부속 합의를 일방적으로 비준하는 것은 ‘국회 패싱’을 넘어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점을 경고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양지윤·윤홍우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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