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좋고 단풍놀이도 좋지만 가을은 역시 독서의 계절이다. 책장을 넘기며 차분히 내면을 성찰하는 일은 올 한해 지나온 날을 점검하고 남은 시간을 계획하는 가을의 느낌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마침 한국관광공사가 매우 이례적으로 ‘작은 책방’을 주제로 11월에 가보면 좋을 만한 여행지를 추천했다. 주말에는 떠들썩한 관광명소 대신 조용하고 운치 있는 책방에서 마음의 양식을 가득 쌓고 돌아오는 것이 어떨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에는 ‘경의선책거리’가 있다. 지난 2016년 10월 조성된 이곳은 원래 죽은 철길이었으나 ‘책’을 만나면서 출판·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현재 이 거리에는 문학·여행·인문·예술 등 분야별 책방 6곳이 들어서 있고 산책로 곳곳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2호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얼마 안 가 경의선책거리 운영사무실이 보인다. 책거리에 본격적으로 들어서기 전 먼저 사무실에 들러 안내지도를 챙기면 큰 도움이 된다. 작가와의 만남이나 북콘서트 등의 이벤트 일정도 사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가면 2014년에 문을 연 ‘숲속작은책방’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작가의 서재 같은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풍긴다. 책꽂이에는 자기계발 도서나 경제·경영 관련 서적보다 인문학책이 주로 꽂혀 있다. 보유도서는 대략 3,000종이며 책방을 운영하는 부부가 직접 추천하는 책에는 부부의 감상이 정성스레 적힌 띠지가 달려 있다. 편히 앉아서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책을 읽어도 좋고 마음에 드는 도서가 없으면 따로 구매하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책으로 둘러싸인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묵는 ‘북스테이’도 가능하다.
대구 수성구의 달구벌대로에는 알 만한 지역 주민이라면 모두 아는 헌책방 ‘물레책방’이 있다. 책들이 빼곡히 꽂힌 서가를 걷다 보면 헌책방 특유의 소소한 낭만이 그대로 느껴진다. 책방 주인이 특별히 아끼는 책은 손님들과 나눠 보기 위해 따로 판매하지 않는 것도 이 책방만의 특이 사항이다. 운영시간은 기본적으로 오전11시부터 오후7시까지지만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는 날도 적지 않다. 영화 상영회와 콘서트, 저자와의 대화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틈만 나면 펼쳐지기 때문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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