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우승과 타이틀 경쟁도 있지만 생존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상금랭킹 60위 언저리에 걸려 있는 그들이다.
이번 시즌 KLPGA 투어는 25일 개막한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과 이어지는 마지막 대회 ADT캡스 챔피언십만 남겨뒀다. 다음 시즌 투어카드(시드) 유지 여부가 최종전까지의 성적을 반영한 상금랭킹으로 결정된다. 60위 이내 선수들은 2019시즌 정규투어 활동이 보장되지만 그 아래 선수들은 시드순위전(이하 시드전)에서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한다.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 참가 정원이 70여명에 불과해 시즌 마지막 풀 필드 대회인 이번 대회 결과에 따라서는 마지막 기회를 잡지 못하는 선수도 나오게 된다.
각 조 2라운드로 진행되는 시드전 예선은 오는 11월13~16일 열리며 144명이 4라운드로 펼치는 본선은 11월20~23일로 예정돼 있다. 전남 무안CC에서 전 홀 샷건 방식으로 열리는 시드전은 매서운 추위에 극도의 긴장감까지 더해져 선수들 사이에서는 ‘지옥’으로 불린다. 게다가 올해는 시드전의 문이 더 좁아진다. 지난해까지 40명에게 이듬해 투어카드를 지급하던 데서 올해부터는 25명가량으로 줄어든다. 2부 투어 시즌 상금랭킹으로 주던 투어카드 수를 6명에서 20명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유수연(25·유니드)과 최혜용(28·메디힐), 허다빈(20·삼일제약)이 이날 제주 서귀포의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극적 반전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현재 상금랭킹 74위인 유수연은 이날 4언더파 68타를 쳐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시즌 23개 대회에 출전한 유수연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스 8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15차례 컷 탈락하며 상금순위가 하향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최근 2주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9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3위를 차지했고 살아난 샷 감각을 앞세워 이번 대회에서도 스타트를 잘 끊었다. “올 시즌 중반 코치를 바꾼 후 스윙에 확신이 생겼고 최근에는 퍼트도 좋아졌다”는 그는 이번 대회 목표에 대해 “한 라운드 한 라운드, 매 홀, 매 샷 후회 없이 치는 것”이라며 남은 사흘 동안의 선전을 다짐했다.
상금 65위인 최혜용도 2언더파 70타를 쳐 공동 11위로 순항을 시작했다. 투어 통산 2승 기록이 있는 최혜용은 2016년 시드전을 다녀온 기억이 있다. “시드전은 춥고 분위기도 살벌해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최혜용은 “하지만 아등바등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기 때문에 너무 스스로 부담을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2~3m 버디 기회를 4~5번 놓쳤지만 일단 보기 없는 경기를 펼친 데 만족한다”면서 “이번 대회와 다음 대회에서 담담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상금 56위에서 불안한 ‘60위 이내’를 지키고 있는 허다빈도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잡아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2016년 시드전을 통과해 지난해 데뷔한 허다빈은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다시 시드전을 치르러 전남 무안을 찾아야 했다. 그는 “이번이 중요한 대회지만 예선 통과를 목표로 잡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조바심을 내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하던 대로 하고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2년차 선수답지 않게 말했다.
/서귀포=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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