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11월 13일, 중학교 1학년 이윤상 군은 우표를 산다며 집을 나선 후 돌아오지 않았다.
걱정하고 있던 가족에게 걸려 온 전화 한 통. 아이를 유괴했다며 현금 4천만 원을 요구하는데. 다음날, 윤상군의 아버지가 경찰에 알리면서 수사팀이 꾸려지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3개월이 흘러가고, 사건은 공개수사로 전환된다. 게다가 당시 대통령이 특별 담화까지 발표하면서 모두의 관심은 윤상이의 행방에 집중되는데! 하지만 범인의 윤곽은 잡히지 않았다.
무려 383일 동안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빌미로 62차례 전화와 6번의 협박 편지를 보낸 냉혹한 범인.
그런데, 일본의 유명한 최면술사를 동원한 결과, 윤상군의 어머니의 입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게 된다. 실종 당일, 윤상이가 체육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는 것.
수사 10개월 만에 용의선상에 체육교사가 떠오르고, 마침내 범인은 윤상이의 스승인 주영형으로 밝혀졌다.
평소 도박을 즐겼다는 주교사. 도박 빚이 천만 원에 이르게 되자 부유한 집안의 윤상이를 유괴했다고 진술했는데. 하지만, 당시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받는 월급으로 빚을 갚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고, 그의 부모 역시 상당한 재력가로 파악됐다.
게다가 명문대 출신의 교사로 주위 평판까지 좋았던 터라 그런 그가 단순히 돈 때문에 제자를 유괴하며 자신의 인생을 위태롭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더 미스테리한 건, 실종 당일 이미 제자를 죽였던 살인마 주영형의 앞뒤가 다른 얼굴. 윤상군 가족들에게는 따뜻한 선생님으로, 경찰에는 누구보다 수사협조를 잘하는 인물로, “범인들이 어서 윤상군을 돌려보내줬으면 좋겠다”는 방송국 인터뷰까지 하며 1년이 넘는 시간을 끌었다는 것.
그의 기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시 유부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제자 두 명을 공범으로 끌어들이기까지 했는다. 범행에 가담한 여제자들은 주영형의 말에 자살 기도까지 할 정도로 세뇌당해 있었다. 주영형, 대체 어떤 인물이었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완벽한 두 얼굴의 체육 교사, 주영형의 심리는 25일 저녁 8시 55분 KBS2 ‘속보인TV드’에서 방송된다.
/김주원 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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