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광장에 모이면 무엇을 할까요? 건축에서 광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일까요?”
지난 26일 경희고등학교 시청각실에서 열린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 강좌 ‘서양건축의 공간산책’ 두번째 강의에서 정현정(사진) 다울.림 건축사무소장은 도시 건축물 사이에 빈 공간처럼 보이는 광장의 역할과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년째다. 이번 강좌는 동대문도서관이 지역학교를 지원하기 위해 준비했다.
정 소장은 “광장은 도시민의 문화와 정치의 공간으로 유럽에서는 건물 사이사이에 작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그곳에서는 결혼식, 음악회 등 일상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과거 처형장이자 집회장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의도 광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공원을 조성해 사람들이 모이기 좋은 장소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는 과거 시장이 광장의 역할을 대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의 렌조 피아노와 영국출신의 리처드 로저스가 설계한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광장을 소개하면서 도시민에게 광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그는 서울로 공간을 옮겨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도시재생의 의미를 소개해 나갔다. “건축물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세 폐허처럼 변하고 말아요. 인간의 온기가 건축물을 살아있게 만드는 힘이지요. 결국 도시를 조성할 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편리하고 안전하며 또 편안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정 소장은 최근 지역민을 고려하지 않고 진행된 도시재생으로 급격하게 임대료가 오르는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이 대표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나타난 곳”이라면서 “150여채의 한옥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도시재생을 진행했지만, 정작 과거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이곳을 떠나고 남은 주민들은 2가구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학생들에게 도시와 건축의 의미를 소개했다. 이날 강좌에는 디자인 등 관련 동아리 학생 40여명이 참여해 건축과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제 6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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