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달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본격 ‘예산 전쟁’에 돌입한다. 이번 여야 간 예산 전쟁의 최대 전선은 사상 최대인 23조5,000억원이 편성된 일자리 예산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협력 예산을 둘러싸고 형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민주당은 일자리 예산 등을 ‘민생 예산’으로 규정해 야당의 공세에 맞설 계획이다.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 일자리 90만개 제공, 고용장려금 등을 통한 민간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예산을 편성한 만큼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한 예산’이라는 논리로 철벽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은 일자리 예산이 선심성·선거용 예산이라고 깎아내리겠지만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핵심예산”이라며 “(예산 협상 과정에서) 야당의 주장을 확실하게 반박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당 등 야당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목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퍼주기 예산’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는 입장이다. 대신 단기일자리가 아닌 항구적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을 추진할 방침이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는데 헛돈을 쓰거나 가짜 일자리를 만드는 예산은 철저히 걸러내겠다”며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선심성 예산을 걸러내 우리나라의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남북협력 예산을 두고도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해 판문점선언 이행 등을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남북협력 예산을 ‘평화 예산’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정부의 남북 관계 개선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이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남북협력 예산도 철저하게 심사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에 어긋나는 부분은 잘라낼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 비준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 여부를 놓고도 여야 간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예산심사대응 TF를 가동해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이 129석인 ‘여소야대’ 지형에서 독자적으로 법안 및 예산안을 처리할 수 없는 만큼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당과의 우호적 관계 설정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평화당과 정의당이 사안에 따라 민주당 또는 한국당에 각각 힘을 실어주는 행보를 보이는 점을 민주당은 주목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사안별로 합종연횡이 다각화하는 시즌이 도래해 야당과의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방안을 숙고 중”이라고 설명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1월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 뒤 5∼6일 종합정책질의, 7∼8일 경제부처 예산 심사, 9일과 12일 비경제부처 예산 심사 등을 진행한다. 동시에 각각의 상임위원회도 소관 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들여다본다. 예결위는 11월15일부터 시작되는 소위원회 심사에서 각 상임위가 제출한 예산 수정안을 바탕으로 증액·삭감 여부를 결정하고 30일 전체회의 의결을 끝으로 활동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야 3개 교섭단체는 ‘11월30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한다’고 합의한 상태다. /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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