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주가지수가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고용지표·성장률지표 모두 근래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경제위기 파급, 중동 산유국 정세 등 대외환경도 녹록지 않다. 경제의 엔진인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이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단기적 거시경제 지표들이 나빠지는 것도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이 약화하는 것은 더 문제다.
경제상황의 악화는 잘못된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무엇이 잘못됐는가. 경제원리를 무시하는 경제정책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로 인해 현 정부가 추구한다는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들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보다 균등한 소득분배를 추구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정책수단들이 대부분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높이는 것들이다. 경직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고용이 보장되는 기득권자들은 이익을 보지만 일자리를 찾는 저소득층과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희생된다. 이로 인해 소득분배가 나빠지고 계층 간 불평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뿐 아니라 노동시장 경직화 정책들은 기업 간, 산업 간 노동이동을 어렵게 만들어 눈앞에 필요한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통한 장기적 성장의 길도 가로막고 있다.
현 정부는 또한 보다 균등한 자산분배를 하겠다며 부동산 가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 강남 집값을 내리는 것이 목표인데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왜 그렇게 되는가.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는 한 경제활동 중심 지역의 지가 상승은 당연하다. 그것을 때려잡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경제활동의 결과이며 가격 상승에는 나름대로 순기능이 있다. 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낮은 가격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경제활동 무대가 옮겨진다. 작위적으로 이를 막는 정책들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올리는 정책만으로 서울 부동산 가격이 안 잡히니 수도권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지역균형발전에 역주행하는 정책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써 이리저리 투자하기 때문에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이 같아지게 돼 있어 부동산 투자가 다른 투자보다 특별히 수익률이 높을 수는 없다.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가격을 때려잡으려는 무리한 규제정책들이 나올 때마다 시장에는 미래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오히려 투기를 유발한다. 부동산은 놓아두면 거품과 침체의 주기적 순환을 피할 수 없어 이를 금융정책으로 조절하는 안목이 필요한데 현 정부의 정책은 오히려 가격을 교란시켜 장기적 연착륙을 방해하고 있다.
잘못된 정책은 누구 탓인가. 일차적 책임은 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청와대와 무력한 행정부에 있다. 그러나 그 근저에는 한심한 집권당도 있다. “20년 계속 집권하겠다”는 여당 대표는 “오랫동안 정치하면서 경제가 좋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북한의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경제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경제에 신경을 쓰면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민주정치가 발전한 한국에서는 사정이 다르지 않을까. 지난 2012년 교훈을 얻지 못했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등 반경제 행보로 민심을 이반시켜 당시 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했던 총선에서 패배하고 대선까지 패배하게 됐지 않나.
이대로 가면 현 정부는 경제에 관한 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반대로만 하면 훌륭한 경제정책이 될 것이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강남 집값에는 너무 신경 쓰지 말라. 경험적으로 검증된 경제학을 배척하지 말고 경제원리에 맞는 경제정책을 추진하라. 고용지표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보다 고용을 향상시키는 정책을 펼 사람을 기용하라. 적폐 정권에서 일했던 사람이라도 유능하면 일을 맡기고 코드가 맞는 사람도 무능하면 배제하라.
사족으로 하나 더 얘기하자면 교수를 뽑을 때 이력서에 학력을 기재하지 말라는 지침은 대학들에 내려 보내지 말라. 교육까지 망치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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