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부 시절 재판 고의 지연 의혹을 받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일 선고하기로 하면서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기환송심 판단대로 대법원이 피해자들의 승소로 판결할 경우 일본과 외교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국내 비판 여론이 거세질 수 있어 어떤 경우든 후폭풍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은 30일 오후2시 대법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전범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한다. 지난 2013년 8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이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은 1941~1943년 옛 일본제철을 통해 반인도적 노역에 강제 동원됐다. 이들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에 체불임금과 위자료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2003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2005년 우리 법원에도 소송을 냈지만 2008~2009년 1·2심 모두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는 대한민국 헌법 가치와 충돌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2013년 다시 치러진 2심은 “원고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고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이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재판거래의 대상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부터다. 양승태 사법부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 문건에는 대법원이 대일관계 악화를 우려한 청와대를 의식한 정황이 발견됐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부에서는 국민 여론과 달라진 대법관 구성을 감안할 때 이 소송이 파기환송심 취지대로 원고 승소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단순히 원고 승소로 확정하기에는 법리적 쟁점이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국제법상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소멸됐는지, 신일본제철과 옛 일본제철이 같은 회사인지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판결이 외교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신일본제철의 패소가 확정될 경우 즉각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 “이 사건은 단순 민사상 손해배상 사건이 아니라 국제법 쟁점이 얽혀 있다”며 “재상고를 기각하고 신일본제철 등의 국내 재산을 강제집행까지 했다면 한국의 국제법 위반이 될 여지가 대단히 큰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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