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제품의 검사 데이터를 조작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일본 제조업의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28일 마이니치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히타치제작소그룹 산하 화학제조사인 히타치카세이가 반도체에 사용하는 화학소재 검사에서 부정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히타치카세이는 고객회사와 맺은 계약과 다른 방법으로 제품 검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가 된 제품은 화학소재로 반도체의 집적회로(IC) 칩을 덮는 ‘봉지재’다. 빛과 열,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IC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컴퓨터와 가전제품·자동차 등에 사용된다. 부적합한 봉지재를 장기간 사용하면 제품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히타치카세이는 지난 6월에도 산업용 전지의 검사서를 날조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이처럼 지난해 이후 일본 내에서 제조업계의 제품 검사 데이터 조작사례가 잇따르면서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앞세워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았던 일본 제품의 신뢰도가 급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고베제강소와 미쓰비시머티어리얼·도레이 등 제조사들의 제품 검사 데이터 조작사례가 밝혀졌고 닛산자동차는 무자격자가 차량 검사를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최근에는 건물용 면진·제진 장치인 ‘오일댐퍼’ 제조사들이 납품기한을 맞추기 위해 검사 데이터를 조작했다가 들통이 났다. 이 제품들이 도쿄도청사와 도쿄 스카이트리 등 주요 건물과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경기장인 도쿄아쿠아틱스센터 등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자 국토교통성이 면진·제진 장치 제조사 88곳을 대상으로 데이터 조작 여부에 대한 일제조사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7월에는 일본 공업제품의 국가규격인 일본공업규격(JIS)이 부정심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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