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北 자원개발 환상은 금물] 北, 배타적 광업권 인정 안해...南 기업 상당수 투자금 날려

■법·제도적 문제점은

●모든 자원은 국가 소유

北 '민족의 재부'로 특별 관리

中·南과 합작때 경영권 안줘

광물 생산해도 임의 처분 불가

승인·허가 규정도 뒤죽박죽

●'아전인수'식 사업 행태

북측이 유리할때만 법률 내세워

합의 위반 책임 상대에 전가도

'사업 중지 주장'땐 그만 둬야

남북 투자보장협정 무용지물

2006년 4월27일 황해남도 연안군 정촌리에서 열린 정촌 흑연광산 준공식에서 남북한 관계자들이 앉아 있다. 이 사업은 최초의 남북합작 북한 광물개발사업으로 실제 이 광산에서 캐낸 흑연 850톤이 남한에 반입됐으나 2010년 5·24조치로 중단됐다. /사진제공=광물자원공사




북한은 지하자원을 사회주의 헌법상 국가만 소유할 수 있는 재산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지도자의 유훈에 따라 ‘민족의 재부’로 특별히 관리하고 있다. 지하자원의 탐사·개발·이용에 관한 기본법으로는 ‘지하자원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지하자원법에는 남한의 ‘광업법’과는 달리 탐사권·채굴권·조망권 등 실체적 권리에 관해 아무런 명시적 규정이 없다.

최종문 UN유럽자원분류위원회 위원(청주석회 대표)은 그의 책 ‘국제기준에서 바라본 북한 광물자원 평가와 개발환경’에서 북한 광물자원 개발투자시 고려해야 하는 북한 법률상 문제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첫째, 광업권과 같은 배타적 사용권 부재의 문제다. 남한에서 광업권은 지하자원을 개발하도록 허가받은 개인이 광물자원을 채굴·취득할 수 있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물권이다. 반면 북한에서 광업권은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는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철저히 배제하는 사회주의 헌법상 당연한 귀결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한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한 외국 기업 입장에서는 채굴한 지하자원을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배타적 사용권’조차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간 북한은 중국·남한과의 합작에서도 광산경영권·채굴권을 공동으로 갖는 합영(Joint Venture)이 아니라 계약조건에 따라 생산물만 나누는 합작(Contractual Joint Venture)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남북 최초의 공동사업인 정촌 흑연탄광 개발사업이나 중간에 중단됐던 단천지구 3개 광산개발사업 역시 남측은 설비를 대고, 북측이 단독으로 운용하면서 생산물만 나누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설비제공형 투자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광산기업의 객관적인 회계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렵고 우리 측 투자자는 생산이나 경영에 전혀 참여할 수 없어 수익이 얼마나 났는지, 생산은 얼마나 늘었는지 줄었는지를 알 수 없다”며 “따라서 순이익 배분율도 전적으로 북한의 재량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둘째, 과도한 국가규제와 영업활동 제한의 문제다. 북한 지하자원법은 지하자원의 외국반출에 대해 국가기관(비상설자원개발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함으로써 지하자원의 임의적 외국 반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또한 지하자원법상 광산개발권자는 광산의 좋은 광체만 골라 캐는 ‘선택채광’을 할 수 없다. 또 이 법에는 ‘지하자원개발 승인서의 요구를 어긴 경우에는 개발, 수출의 중지, 승인의 취소, 비법적으로 채취한 지하자원과 이용한 설비를 몰수하거나 벌금을 물린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 법에는 감독기관이 어떠한 경우에, 어떤 절차에 의해 중지시킬 수 있는지 세부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셋째, 북한 법률의 추상성과 세부절차 결여의 문제다. 북한의 법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지하자원 관련 법규 내용은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어서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북한 지하자원법에는 각종 승인과 허가를 담당하는 기관이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용어) 정의규정 및 시행규칙의 부재 등으로 실제로 어떤 기관을 지칭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다수의 기관에 각종 승인 및 허가권한이 중복적으로 부여돼 있는 경우도 있다. 이 법에서는 지하자원 탐사 및 지하자원 개발 승인을 신청하고자 하는 경우 어떤 형식의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러한 승인 신청에 대한 처리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넷째, 법적 예측 가능성 결여 및 법과 현실 간 괴리의 문제이다. 북한 지하자원 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함에 있어 또 하나의 걸림돌은 북측이 사업파트너로서 행하는 초법적인 행태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자기 측 주장이 유리한 경우에만 법률을 내세우고, 불리한 경우에는 아예 법을 도외시하거나 불법적인 내용을 고집하는 행태, 어떤 꼬투리를 잡아 기존 합의 위반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행위 등이 그것이다. 북한에 진출한 중국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북 투자사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법적 안정성 결여와 국내 정책의 잦은 변화를 들고 있다. 김두열 산업통상자원부 광물자원팀 서기관은 “기존에도 남북 간에 투자보장협정이 있지만, 어느 순간 북에서 그만하자고 하면 그만하는 것”이라며 “그동안 북한 광물자원 개발에 투자했던 민간기업들도 상당 부분 투자금을 날렸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