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사실상 국정감사 마지막 날인 29일까지도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서 비준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국회 동의 없는 비준은 위헌이라고 공격한 반면 여당은 중대한 재정적 위험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다 국가 간 조약과도 달라 국회 비준 절차가 필요 없다고 맞섰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판문점선언에 대해 국회 비준동의를 요청해놓은 정부가 그 결과를 기다리지도 않은 채 후속 합의에 해당하는 평양공동선언과 군사 분야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비준한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기본 선행 합의의 효력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후속 합의의 효력을 확정하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두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도 “비준을 해야 한다면 더 구체화된 내용을 국회 비준·동의하는 게 맞는 것”이라며 “판문점선언은 원론적이고 구체적인 것은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에 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남북관계기본법에 따른 국회 비준·동의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비준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판문점선언과 달리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는 중대한 재정적 필요 등의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조 장관을 거들었다.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평양선언·군사합의서가 국회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법제처가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김외숙 법제처장을 겨냥해 “(박근혜 정부의) 윤전추 행정관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법제처를 사이비 변호사 사무실로 전락시킨 김 처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국민은 법제처를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비준동의를 요청한 판문점선언은 모른 체하면서 평양선언과 군사합의서는 ‘왜 국회 동의를 요청하지 않느냐’고 말한다”며 “차라리 남북관계 개선이 싫고 이 정부가 잘되는 게 싫어서 비준동의를 해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낫다”고 맞받아쳤다.
한편 이날 정부는 지난 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평양공동선언을 관보에 게재, 공포절차를 완료했다. 군사 분야 합의서는 이번주 중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이에 한국당은 헌법재판소에 두 합의문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를 접수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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