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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 중·러 항일유적 답사기] "고려인 한국말 잊어…한민족 정체성 잃지 않게 도와달라"

고려인 후손 홍 안톤 인터뷰

고려인 후손 홍안톤씨




“저는 1937년 소련의 스탈린이 저지른 만행으로 고려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할 당시 기차 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때 소련은 한민족을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끌고 가면서 사람이 타는 객차가 아니라 짐승을 싣는 칸에 짐짝처럼 밀어 넣었습니다.”

지난 22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시(市)의 한 교회에서 만난 고려인 홍 안톤 이바노비치(81·사진)씨는 “나중에 부모님을 통해 들으니 당시 소련은 기차에 싣고 가다가 죽은 사람은 내다 버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중앙아시아의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와 뻘밭에 내던지듯 내려놓았다고 하더라”며 이같이 증언했다.



연해주를 무대로 한 항일 투쟁사(史)는 고려인의 질곡 많은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1863년 함경북도에 살던 농민 13세대가 두만강을 건너 우수리강 유역에 정착하면서 고려인의 역사는 시작됐다. 이후 대기근과 조선왕조의 폭정을 피해 이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한민족이 꾸준히 늘면서 20세기 초반 연해주는 독립운동의 핵심 기지로 부상했다. 소련의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중앙아시아로 쫓겨난 고려인들 가운데 일부는 홍씨처럼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다시 연해주로 돌아왔다. 현재 연해주는 약 8만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홍씨는 “스탈린 시대에 고려인들이 한국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우리 민족의 후손들이 언어를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려인들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글·사진(우수리스크)=나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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