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남북 광물자원 협력방안 토론회’. 150여석의 의석이 청중들로 꽉 들어찼고 이도 모자라 보조의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남북 경제협력, 그중에서도 북한 광물자원 개발 열기가 이미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다.
북한에 광물자원이 많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우리와 많이 ‘다르다’. 유엔 제재 등 정치적 리스크와 함께 매장량, 품위, 인프라, 법·제도적 문제 등 경제적 리스크를 신중하게 체크해봐야 한다.
먼저 유엔과 미국 제재 문제다.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유엔과 미국 제재가 풀려야 한다. 하지만 광물을 좀 더 특별하다. 북한 광물은 유엔과 미국 제재의 핵심이다. 핵무기 등 모든 무기류를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재료는 광물이다. 따라서 북한 광물 개발 투자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북미수교 정도의 단계가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둘째, 매장량 문제다. 매장량이 단순히 많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매장량이 얼마인지가 문제다. 북한의 매장량 개념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그냥 땅에 묻혀 있는 광물자원은 ‘자원량(resource)’으로, 이 중 경제적, 기술적, 법·제도적으로 캐낼 만한 의미가 있는 정도를 ‘매장량(reserve)’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경제성 개념이 없다. 모든 자원은 인민의 소중한 자산, 곧 국가의 소유다. 계획경제 체제에서 국가가 필요한 만큼 캐낸다. 따라서 우리 기준으로 보았을 때 자원량 중 상당 부분이 매장량으로 표현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과대평가 가능성이 크다.
셋째, 매장량이 많더라도 품위(광석에 광물질이 포함돼 있는 비율)가 낮으면 경제성이 없다. 원광석에서 원하는 금속까지 여러 번 선광(원광에서 이물질을 제거하면서 품위를 높이는 과정)과 제련(선광된 정광에서 광물질을 뽑아 순도 99.9% 이상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야만 해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광산은 무산철광산이다. 문제는 품위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산철광석의 품위가 낮아 아직은 경제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희토류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이 확인된 희토류가 나왔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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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법·제도 문제다. 북한에는 지하자원법도 있고 외국인투자법도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에서 법은 최고통치자나 당의 하위 개념이다. 법의 안정성이 극히 취약하다. 있는 법이라도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하자원은 ‘인민의 자산’이고 소중한 ‘국부’다. 따라서 외국 자본을 받아들이더라도 광물의 채굴·처분권까지 주는 광업권 개념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합작법인은 합영(외국 투자기업이 경영에도 관여)이 아니라 합작법인(경영에는 관여하지 못하고 단순히 생산물만 분배하는 구조)이다.
다섯째, 인프라 문제다. 광산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력이다. 알다시피 북한의 전력 사정은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가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존 발전소를 개·보수하거나 신규 발전소를 건설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가 동반할 수밖에 없어 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여섯째, 광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 즉 광해 문제다. 무산철광산 등 북한의 유명한 광산들은 일제강점기부터 개발된 곳이다. 따라서 광해 발생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사회주의 체제이기 때문에 이 같은 환경오염이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일곱째, 북한 광산 근로자 수는 약 100만명으로 추산된다. 가족까지 합하면 400만명이 광산가족인 셈이다. 우선 이들은 직접적으로 광해 문제에 노출돼 있다. 광해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 또한 북한 광산의 시설과 기술 현대화가 진행될 경우 이들 중 상당수가 실직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직업 전환 비용까지 우리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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