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동부의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강풍을 동반한 호우의 직격탄을 맞으며 10년 만에 최악의 침수 피해를 입었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베네치아는 악천후가 빈번한 매년 늦가을과 초겨울에 조수가 높아지는 이른바 ‘아쿠아 알타’(높은 물) 현상으로 도심이 정기적으로 침수되고 있으나, 이번에는 조수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인 해수면 위 156㎝까지 급상승하며 도심의 75%가량이 물에 잠겼다.
한때 범람 수위가 160㎝에 도달해 1979년 이후 40년 만에 최악의 침수로 기록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었으나, 수위는 이날 오후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기 시작했다. 홍수에 따른 안전 우려로 주요 교통 수단인 바포레토(수상버스)의 운항이 중단되고, 관광객들이 밀집하는 산마르코 광장도 전격 폐쇄됐다.
베네치아가 속한 베네토 주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는 “범람 수위가 베네치아와 피렌체에 대홍수를 일으킨 1966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역대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1966년에는 베네치아의 조수 수위가 해수면 위 194㎝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 주말부터 폭우와 강풍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베네치아뿐만 아니라 북부 롬바르디아, 베네토, 프리울리-베네치아 줄리아, 리구리아, 트렌티노-알토 아디제, 중부 아브루초 등 6개 주에 최고 등급의 경계 경보가 발령됐다.
강풍으로 쓰러진 대형 나무들이 차량과 사람을 덮친 탓에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로마 인근에 위치한 도시 프로시노네에서는 부러진 나무가 차량을 덮치며 탑승객 2명이 사망했다. 남부 나폴리에서도 나무에 깔려 20대 청년 1명이 숨졌다. 아드리아해 인근에 위치한 중부 마체라타에서도 나무가 차량위에 쓰러져 40대 여성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다.
남부 칼라브리아 주의 칸탄차로에서는 선박이 접안 시설을 들이받으며 선박에 타고 있던 남성 1명이 실종됐다. 북부 산간 지역에서도 산사태와 홍수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 북부와 오스트리아를 잇는 ‘브레너 패스’가 폐쇄돼 한때 열차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잇는 셈피오네 지역의 도로 역시 차단됐다. 로마를 비롯한 상당수 도시는 악천후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며 학교에 휴교 명령을 내렸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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