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의 카운터파트가 만나는 북미고위급 회담이 11·6 미국 중간선거 직후인 11월 둘째 주에 열리는 쪽으로 물밑조율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담은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19일 ‘열흘쯤 뒤’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거론한 고위급 협상 채널이다. 회담이 열리면 교착 상태에 빠졌던 북미 간 빅딜 논의가 진행되는 동시에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다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29일 북미 상황에 밝은 한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미고위급 회담과 관련해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했던 시점에는 10월 말쯤으로 추진되다가 미국 측 사정 등으로 며칠 늦춰졌으며, 일정에 대해 잠정합의된 것으로 안다”며 “장소는 미국 동부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9일 한 인터뷰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잡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련 논의를 이어가기 위해 “약 열흘 내에” 자신과 북한 측 카운터파트의 고위급 회담이 ‘여기’에서 열리기를 매우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미가 최근 잠정 합의한 날짜는 11·6 중간선거 직후인 11월 둘째 주, 즉 내주 후반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시점은 9일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되나 북미 간 협상의 특성상 날짜가 추가적으로 조정될 가능성도 높다. 회담 장소로는 뉴욕이나 워싱턴DC 등이 언급된다.
북한은 아직 미국에 구체적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 파트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일 가능성이 높다. 외교소식통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김 부위원장이 고위급 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미국 측은 보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5월 말∼6월 초 뉴욕에서 폼페이오 장관과 고위급 회담을 하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외교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미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앞서나간 이야기”라고 밝혔다.
이번 북미고위급 회담에서는 내년 초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 등 정상회담 준비와 함께 북한의 비핵화 초기 실행조치 및 미국의 상응 조치 문제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일단 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에 대해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유럽 등 중립적 제3국 개최 가능성 등이 언급된다.
북한의 비핵화 실행조치와 관련해선 폼페이오 장관의 지난 7일 4차 방북 당시 합의사항인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문제를 비롯해 동창리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영변 핵시설 관련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당시 풍계리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의 방문을 요청한 바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9월 평양 공동선언에는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의 영구 폐기, 미국의 상응조치시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 추가적 조치가 포함됐다. 외교소식통은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문제와 동창리 엔진 시험장, 영변 핵시설 관련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논의된 대북제재 완화 문제도 회담 테이블에 올라 일정 부분 접점 마련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북한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계기로 무게중심을 종전선언에서 제재완화로 옮겨가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미국은 ‘선(先) 비핵화’로 맞서며 당분간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와 관련,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의 비핵화 실행조치를 내놓느냐와 미국의 상응 조치 수준이 서로 연동될 수 있는지 주목된다.
북미는 고위급 회담이 끝나면 실무회담 채널을 가동해 2차 북미정상회담 실행계획 등에 대한 후속 조율에 나선다. ‘북미고위급 회담→실무협상’의 순으로 조율이 이뤄진 뒤 내년 초 2차 정상회담에서 이를 토대로 북미 정상이 담판에 나서는 프로세스가 유력하다. 북미고위급 회담 이전에 실무협상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전체적으로 톱다운 협상 기조인 만큼, 고위급 회담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그 이전에 실무협상이 열리기보다는 고위급 회담 후에 실무협상을 열어 2차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마지막 조율을 하게 되는 경로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후 미국은 오스트리아 빈을 실무협상 장소로 제안하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협상 채널이 조기에 가동할 것으로 보였으나 아직 만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다원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