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몰살한다! 우리는 반드시 우리의 길을 간다!”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대토론회’가 열린 3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관. 공공성 회복을 위한 난상토론회로 알려졌지만 실제 분위기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지도부의 ‘집단결사’에 가까웠다. 각 지역 지회장들은 각 지역 유치원 원장 1,000여명이 모인 강당 무대에 올라 ‘폐원만이 길이다’ ‘교육부든 청와대든 우리가 가진 힘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내외적 압박 카드로 ‘폐원’을 꺼냈다.
대전지회장은 마이크를 잡고 “설사 회원 여러분들이 개인 사정으로 폐원을 못 하더라도 폐원에 표시해달라”며 “전체가 하나가 돼야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남지회장은 “여기 다들 무슨 생각으로 왔느냐”고 물은 뒤 원장들이 “폐원”이라고 답하자 “맞다. 폐원 외에는 우리가 내밀 카드가 없다”며 “스스로 폐원을 표해주기 바란다”고 외쳤다.
한유총은 “일방적 폐·휴원은 엄중 조치하겠다”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폐업을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도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개별 사유재산인 유치원을 연합회가 맘대로 폐원하라 마라 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원장들 개인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토론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한유총이 원장들에게 폐업을 권유하는 모습이다.
한유총 지도부는 ‘비리유치원’ 낙인이 억울하다는 입장도 되풀이했다. 충남지부장은 “모든 문제의 시초는 정부가 학부모에게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유치원에 준 것”이라며 “교육청 일손을 덜어주려고 우리가 직접 집행했는데 칭찬은 못 들을망정 비리유치원으로 몰려서야 되겠느냐”고 성토했다. 지난 29일 종합국정감사에 밴드형 랜턴을 쓰고 출석한 전북지회장도 “사립유치원이 공립보다 교육과정도, 회계도 더 잘한다”며 “그런데도 교육부 장관이 국공립유치원 40%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했다.
토론회장 안팎으로도 ‘폐원’ 협박이 이어졌다. 경기도 수원의 A사립유치원 이사장은 매일 유치원 청소에 쓴다는 휴대용 청소기를 메고 와 “억울해서 유치원 못 하겠다. 폐원 신청하겠다”고 소리쳤다. A유치원은 2016년 현금 사용으로 특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감사명단에 포함돼 ‘비리유치원’ 의혹에 휩싸였다.
한유총 지도부는 △누리과정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 △사립유치원에 맞는 법 제정 △행정·회계인력 지원 등을 대정부 요구사항으로 삼고 교육 당국에 정책 간담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같은 날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한유총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양=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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