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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아들, 시진핑에 쓴소리 “중국은 제 주제 알아야”

‘중국몽’으로 상징되는 시진핑 강경 외교정책 비판

중국 내 위상 높은 덩푸팡 쓴소리에 논란 커져

덩샤오핑의 장남 덩푸팡(왼쪽)/SCMP 캡처, AFP 제공 =연합뉴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로 불리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장남 덩푸팡(鄧樸方·74)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는 쓴소리를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0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장애인연합회 명예회장을 맡는 덩푸팡은 지난달 열린 연합회 총회에서 “우리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진실을 추구해야 하며, 냉철한 마음을 지니고 우리의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덩푸팡은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평화와 발전의 방향을 고수해야 하며, 협력적이고 윈-윈(Win-win)을 추구하는 국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거만하게 굴어서도 안 되며, 자신을 비하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자체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덩푸팡은 자신의 아버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정책 노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덩푸팡은 “개혁개방 정책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지각변동을 불러왔다”며 “사회 구조와 가치관에 대한 이러한 변화는 근본적이고 역사적이며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덩샤오핑은 중국의 사회주의 발전에 많은 세대가 걸릴 것이며, 길고 힘들고 복잡한 길이 될 것으로 봤다”며 “우리는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악물고 개혁개방의 노선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3년 중국장애인연합회 총회에서 한 덩푸핑의 연설과 달리 이번 연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덩푸팡의 이 같은 발언은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펼치며 권력 집중을 꾀하는 시 주석의 정책 방향에 맞서 대외 개방, 정치 자유화, 시장 경제, 사회적 관용 등을 강조했던 덩샤오핑 노선을 주창한 것으로 해석된다. 마오쩌둥(毛澤東) 독재의 폐해를 경험한 덩샤오핑은 집단 지도체제를 통해 1인 독재를 피하고자 했으며, 힘을 기르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으로 미국과의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지난 3월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고, ‘중국몽’(中國夢)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갈등을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하고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쳤다. 지난 20일에도 시 주석은 민영기업인들에게 서한을 보내 “모든 민영 기업인들은 전력을 다해 혁신과 창조로 기업을 잘 경영해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더 큰 공헌을 하길 바란다”며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의 강대국 부상에 환호하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도 했지만, 미국의 경계심을 일으켜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 시 주석의 해당 발언도 미중 무역전쟁과 증시 폭락으로 자금난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민간 기업의 국유화가 급증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약속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며, 덩샤오핑의 유명한 정책은 공허한 구호로만 남아있다”고 말해 이러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더구나 덩푸팡이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생각하면 그의 발언이 지니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덩푸팡은 1968년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의 협박에 시달리다가 베이징의 한 건물 3층에서 몸을 던진 후 하반신 불구의 몸이 됐고, 1988년 중국장애인협회를 창설해 오랜 기간 주석직을 맡았다. 중국장애인연합회는 8,300만 명의 중국 장애인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5년 만에 열린 지난달 총회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7인의 상무위원이 전원 참석할 정도로 위상이 높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크리스토퍼 존슨 연구원은 “덩푸팡의 연설은 현 정책 방향에 의문을 던지고 토론을 장려했다는 점에서 민주화를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며 “다만 이러한 용감한 행동이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달리 양 교수는 “당내 비판으로 인해 중국의 외교노선에 이미 변화가 왔을 가능성도 있다”며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중국으로 초청한 것은 그러한 변화의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문기자 smlee9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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