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0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한반도에 있어 (한국과) 같은 것, 평화와 안정을 원한다”면서 “그것을 북한 비핵화를 통해 원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통일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미국 정부의 ‘선(先)비핵화’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비핵화 협상보다 앞서 나가는 남북 교류에 대한 미국 내 불편한 기류를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조 장관도 한미 공조와 남북·북미 간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강조했다. 조 장관은 “현 시점이 대단히 중요한 시점”이라며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에 보조를 맞추는 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중요한 시간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많은 사안이 있고 이 부분에 있어 통일부와 협력을 고대하고 있다”며 “조 장관을 워싱턴DC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비건 대표는 조 장관과 남북 철도 연결, 북한 양묘장 현대화 등 남북 협력 사업과 이와 관련된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오후에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과 만나 북한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한편 비건 대표가 한미 공조 강조를 위한 외교전을 위해 방한 중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북미 고위급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오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 직후 워싱턴이나 뉴욕 등지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회동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전일 밤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통화에서 북미 고위급 회담의 장소·시간·인물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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